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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Mar 28. 2020

투표 안 할 건데요?

선거 시즌이 곧 다가온다. 유명인사들의 투표독려 기사가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한다. 언론에서는 투표독려하는 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 보다. 누구를 뽑으세요. 어떤 선택을 하세요. 구체적으로는 아무 말도 못 하면서 투표는 그냥 하라고 한다. 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투표를 하라니, 이렇게 교과서적인 이야기가 있을까. 이렇게 온 사회가 나서서 바람직한 이야기를 해도 되는 걸까, 하품이 나올 정도다.

그런데 동시에 의문이 든다. 정말로 투표율이 높아야 좋은 것일까? 투표율이 높으면 더 좋은 정치인을 뽑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정치에 덜 관심을 가지려고 간접 민주주의를 하는 것이다. 투표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투표는 당연히 하는 것이고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이다. 해도 자랑할 것 하나 없고, 안 해도 부끄러울 것 하나 없다.

문제는, 투표율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건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게 된다. 우리가 박근혜를 뽑았으니까, 국정농단이라는 잘못의 일부는 우리에게 있는 것일까. 세월호도 사대강도 다 내 부덕의 소치일까.

높은 투표율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과거에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투표율이 아주 높았던 시기, 바로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이다. 투표율이 80%에 가까웠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일상에 파고들 정도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2명의 독재자, 2번의 세계대전이다.

사람의 주의력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정치에는 적절한 관심만 주면 된다. 나머지 시간에 시를 읽고 산책을 하고 연예인 기사에 악플을 달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각자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대답을 내놓을 수 있겠지만. 나는 시스템을 말하고 싶다. 대한민국의 선거제도는 시대정신을 왜곡한다. 30%의 지지를 받아도 국회의 60%를 차지할 수 있다. 반대로 10%의 지지를 받아도 국회의 2% 밖에 구성하지 못한다. 더 자세히 이야기한다면 60%가 지루함을 느끼고 뒤로가기를 누를 테니, 여기까지만 하겠다. 암튼, 이번에 비례성과 대표성이 조금 더 보장되는 선거제도가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니, 앞으로는 안심하고 조금 더 멍때릴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투표율은 문제가 아니다. 조금 더 높아도 조금 더 낮아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아, 제목을 잘못 적었다. 투표는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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