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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Apr 09. 2020

따뜻한 가족이라는 상상은 현실과 얼마나 다른가

 _권명아 「가족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가족 이데올로기에 대한 책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소설을 통해 본 가족이다. 한국 현대소설을 훑으며 가족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핀다. 대중적인 책 보다 논문에 가깝고, 그만큼 불친절하다. 배운 분의 문장, 어려운 표현이 흥미롭기는 했지만,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기본적인 설명보다 그에 대한 비판을 먼저 해버리니, 해당 담론에 익숙한 독자(예를 들면 대학원생이라거나 덕후들)가 아니라면 헤맬 수 있다.



욕은 이 정도로 하고 흥미로웠던 부분만 간단히 소개한다.


가족 이데올로기


우리는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너무 익숙하다. 가족에서 벗어난 상황을 상상하면 일단 부정적인 느낌이 먼저 든다. 가족의 이미지는 단단하고 긍정적이다. 하지만 그게 당연한 게 아니라는 것, 가족의 개념은 사회적으로 만들어져 왔다는 것을 밝히는 게 책의 목적이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걸 이데올로기라고 한다. 그리고 그게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밝히는 과정을 통해서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동시에 이데올로기는 자신의 기원과 역사를 지워나가면서 스스로를 지연적인 것으로 만든다. 따라서 이데올로기 비판은 '자연적인 것'이 되어버린 이데올로기의 기원과 역사를 재기술하는 작업을 필요로 한다.
이 책은 절대적으로 '자연적인 것'이 되어버린 '가족'의 기원과 역사를 드러냄으로써 이데올로기적 구성물로의 가족을 '다르게' 말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신성


역설적이게도, 사회는 비하하는 대상을 신성화한다. 노동도 그렇고 어머니도 그렇다. 천시하면서 찬사를 늘어놓는다. 자세히 들어가면 프로이트도 나오고 어려운 이론이 쏟아진다.


이데올로기의 구조는 자신의 배제한 것을 신성한 것으로 만드는 방식을 어느 정도 공통적으로 수행한다.
경제 능력, 직장에서의 승진, 사회적 성공, 지위 등이 가치 판단의 우선 순위로 작동할수록 여기에서 밀려난 가족, 사적인 것, 아내, 자식, 여성 등의 층위는 신성화된다. 가족과 여성이 신성화되는 사회에서 가족과 여성은 그만큼 철저히 배제되고 사회적인 것의 영역에서 밀려나지만 이데올로기적이고 상상적인 층위에서는 신화화되어 절대 건드릴 수 없는 금기의 영역(터부)이 된다.


위기


가족을 강조한 소설을 제시하면서 저자는 말한다. 헌신으로서의 가족, 위안으로서의 가족을 강조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사회에서 개인에게 헌신을 요구하거나, 사회가 위안이 되지 못할 때, 가족은 등장한다. 가족 바깥에서 위안을 찾지 못하기 때문에 가족이 위안이 되는 것이다.


따뜻한 가족의 품이 안전 지대가 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현실적 강제 덕분이다. 가족의 경계 바깥에 어떠한 안전 지대도 마련하지 않는 사회, 이 사회가 수많은 사람들을 무사회적 고립자, 거리의 사람들로 만든다.


박완서, 배수아, 서기원 등 20세기 소설들이 나오고, 프로이트를 비롯한 정신분석 이론, 근대를 다루는 담론이 등장한다. 전후에 가족이 어떤 도피처였는지, 노동운동이 활발하던 시기에 가족은 어떤 역할로 바뀌었는지, 새로운 권력 관계가 만들어지면서 가족은 어떻게 변해왔는지 밝히는데, 잘 모르겠다.


★★★★ 가족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지, 당연하게 주어진 가족이라는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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