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권명아 「가족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동시에 이데올로기는 자신의 기원과 역사를 지워나가면서 스스로를 지연적인 것으로 만든다. 따라서 이데올로기 비판은 '자연적인 것'이 되어버린 이데올로기의 기원과 역사를 재기술하는 작업을 필요로 한다.
이 책은 절대적으로 '자연적인 것'이 되어버린 '가족'의 기원과 역사를 드러냄으로써 이데올로기적 구성물로의 가족을 '다르게' 말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데올로기의 구조는 자신의 배제한 것을 신성한 것으로 만드는 방식을 어느 정도 공통적으로 수행한다.
경제 능력, 직장에서의 승진, 사회적 성공, 지위 등이 가치 판단의 우선 순위로 작동할수록 여기에서 밀려난 가족, 사적인 것, 아내, 자식, 여성 등의 층위는 신성화된다. 가족과 여성이 신성화되는 사회에서 가족과 여성은 그만큼 철저히 배제되고 사회적인 것의 영역에서 밀려나지만 이데올로기적이고 상상적인 층위에서는 신화화되어 절대 건드릴 수 없는 금기의 영역(터부)이 된다.
따뜻한 가족의 품이 안전 지대가 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현실적 강제 덕분이다. 가족의 경계 바깥에 어떠한 안전 지대도 마련하지 않는 사회, 이 사회가 수많은 사람들을 무사회적 고립자, 거리의 사람들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