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끝나고 깔깔거리로 나왔다. 이제 벚꽃 다 졌다고 하는데, 야근하듯 남은 벚꽃 한 그루가 있었다. 위로 우뚝 솟은 형태는 아니고, ㄱ자 모양으로 휘었다. 직장인들에게 그늘을 만들어주는, 굽은 양산 같았다.
회식도 근무의 연장 아니냐고, 너희도 고생이 많다고, 감싸주는 따뜻한 봄 그림자.
회식 끝나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길이 평소보다 짧았던 것 같다. (술 때문인가..)
눈도 꿈쩍 안 합니다
과천에 근 3년을 포장집에 살다가 간 사람들이 있는데요
바로 앞 C모그룹의 해고 근로자였지요
다시 일하게 해 달라고 그렇게 오랜 기간을 빌고 있었지요
길바닥 위에 포장 하나 치고 근 3년을 그랬지요
그동안 아이들은 커서 중학생은 고등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은 졸업했겠지요
아내들은 바로 옆 무슨 코아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했겠지요
그 사람들은 그래도 뉴스에나 자주 나왔지만요
누구 하나 눈도 꿈쩍 안 합디다
오늘 그곳을 지나다가 우연히 본 것이 있는데요
포장집에 그늘을 넘겨주던 은행나무가
천막이 있던 자리를 지켜주고 있던 겁니다
노란 잎을 떨구어
꼭꼭 다져진 바닥을 덮어주고 있던 겁니다
인간이란 것들은 눈도 꿈쩍 안 했는데도 말입니다
_김정학 「그리운 아무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