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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Apr 20. 2020

정신승리의 일인자

 _루쉰 「아Q정전」

루쉰이 「아Q정전」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중국 사람들을 일깨우려고 했다고 한다. 그래도 나는 「아Q정전」을 읽으며 뭔가 깨달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독후감을 쓰고 깨달은 바를 공유하는데, 나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루쉰이 묘사한 아Q는 우스꽝스럽다. 이리저리 휩쓸리고 당하고도 스스로 정신승리한다. 


일인자


건달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스스로 '나는 벌레 같은 놈이다'를 외치게 하는 굴욕을 당한다. 하지만 아Q는 다시 정신승리한다.


그러나 십초도 지나지 않아 아Q도 역시 만족해하며 의기양양하게 돌아갔다. 그는 자기가 자기경멸을 제일 잘하는 제일인자라고 생각했다. '자기경멸'이라는 말을 빼고나면 남는 것은 '제일인자'다.



스스로를 벌레라고 경멸을 하고 경멸을 제일 잘한다고 위안해도 효과가 없으면 어쩔 수 없다. 정신승리하는 마지막 방법이다.


그러나 그는 금세 패배를 승리로 바꾸어놓았다. 그는 오른손을 들어 자기 뺨을 힘껏 연달아 두 번 때렸다. 얼얼하게 아팠다. 때리고 나서 마음을 가라앉히자 때린 것이 자기라면 맞은 것은 또 하나의 자기인 것 같았고, 잠시 후에는 자기가 남을 때린 것 같았으므로ㅡ 비록 아직도 얼얼하기는 했지만ㅡ 만족해하며 의기양양하게 드러누웠다.


어이 없을 정도로 정신승리하는 그의 모습이 밉지 않다. 그는 계속해서 실패만 하기 때문에 분노보다는 연민을 이끌어낸다. 아Q에게 동정을 느끼는 게, 책을 제대로 이해한 걸까. 나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 이해를 못해도 재미있다.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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