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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Apr 22. 2020

책 읽어 주고 싶다

_김이경 「책 먹는 법」

책에 대한 책, 특히 독서권장서는 잘 읽지 않는다. 뻔하기 때문이다. 책을 진지하게 읽어야 한다느니, 질문하며 읽어야 한다느니, 메모를 해야 한다느니, 뻔하디 뻔한 내용이 펼쳐진다. 쉬는 방법에 대한 책을 읽는 대신에 쉬는 게 낫듯이, 책 읽는 방법에 대한 책을 읽는 대신에, 그냥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게 낫다.


나는 책을 읽는 것보다 소유하는 걸 좋아하고, 그래서 안 읽을 책도 구매하는 편이다. 좋아하는 출판사의 책은 일단 사고 본다. 그런데 유유출판사는, 좋아하지만, 독서나 글쓰기 관련 책이 너무 많아서 일부만 소장했다. 이 책도 그중 하나다.


큰 기대를 안 하고 읽기 시작했다. 뻔하디 뻔한 내용이겠거니. 물론 예상했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같은 내용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내나 보다. 재미있게 읽었다.



선입견


작가는 읽기 전에 선입견을 가지지 말고 최대한 투명한 눈으로 보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기 전 내가 느꼈던 선입견을 말하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읽기 전에 판단하지 않는 것입니다.
책 읽기가 의미를 가지려면 이런 '노력'을 해야 합니다. 독자는 자신이 알게 모르게 쌓아 온 선입견으로 책을 읽지는 않는지, 그래서 반성적 자아를 키우는 대신 완고한 자아의 성을 쌓고 있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되물어야 합니다.


당파성


선입견 중 최고는 당파성이다. 나만 하더라도 글을 읽으면 일단 피아식별부터 한다. 나와 가치관이 맞으면, 안으로 굽으며 좋게 해석하고, 나와 다르다고 판단하면, 일단 적대적으로 본다.


때로는 다루는 주제 자체를 정치적으로 판단해 제대로 읽지도 않고 비난하거나 열광합니다. 그랬다가 나중에 그 필자가 자신의 판단과는 전혀 다른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면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지요.
또한 독자가 어떤 주제에 대해 일정한 지식이나 확고한 의견을 가진 경우, 자신이 기대한 수위의 언어가 나오지 않으면 실망감 때문에 글 전체를 폄하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글쓴이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에 주목하기보다 내 기대에 부응하느냐 못 하느냐로 글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것이지요.


낭독


책을 읽는 방식에 대해 다루다 보니, 당연히 방법론을 이야기한다. 질문, 쓰기, 독서모임 대부분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이었는데, 낭독은 새로웠다. 연인에게,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고, 또 듣고 싶다.


잠이 오지 않을 때 저는 가끔 남편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조르는데, 이불 속에서 눈을 감고 책 읽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잠이 솔솔 옵니다.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책에도 그 사람에게도 마음이 열리지요.


이미 책을 좋아하고 잘 읽고 있다. 그래서 독서를 권장하는 책을 읽는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딱히 없을 것이다. 저자도 그렇게 말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잘 안 바뀐다고.


그래도 문장이 좋아서 밑줄을 쫙쫙 그으며 읽었다. 심드렁할만한 주제를 재미있게 쓴 저자가 대단하다.


★★★★★ 소리 내어 읽고 싶다. 쓰면서 읽고 싶다.




좋아하는 출판사1 : 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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