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김이경 「책 먹는 법」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읽기 전에 판단하지 않는 것입니다.
책 읽기가 의미를 가지려면 이런 '노력'을 해야 합니다. 독자는 자신이 알게 모르게 쌓아 온 선입견으로 책을 읽지는 않는지, 그래서 반성적 자아를 키우는 대신 완고한 자아의 성을 쌓고 있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되물어야 합니다.
때로는 다루는 주제 자체를 정치적으로 판단해 제대로 읽지도 않고 비난하거나 열광합니다. 그랬다가 나중에 그 필자가 자신의 판단과는 전혀 다른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면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지요.
또한 독자가 어떤 주제에 대해 일정한 지식이나 확고한 의견을 가진 경우, 자신이 기대한 수위의 언어가 나오지 않으면 실망감 때문에 글 전체를 폄하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글쓴이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에 주목하기보다 내 기대에 부응하느냐 못 하느냐로 글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것이지요.
잠이 오지 않을 때 저는 가끔 남편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조르는데, 이불 속에서 눈을 감고 책 읽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잠이 솔솔 옵니다.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책에도 그 사람에게도 마음이 열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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