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김정선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모든 문장은 이상합니다. 모든 사람이 다 이상한 것처럼 말이죠. 제가 하는 일은 다만 그 이상한 문장들이 규칙적으로 일관되게 이상하도록 다듬는 것일 뿐, 그걸 정상으로 되돌리는 게 아닙니다.
무언가에 매혹된다는 것은 매혹적인 일입니다. 말장난을 하려는 게 아니라, 이런 식의 동어 반복이 아니고는 매혹에 대해 달리 설명할 길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그러니 만약 문장이 나를 매혹시킨다면 그건 문장 안에 '현재의 나'가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괜스레 심연인 척하지만 실은 허방에 불과한 '나' 대신 주어와 술어가 만드는 거대한 표면이 문장을 이룰 때 매혹을 느끼는 것이죠.
보조 용언, 그러니까 보조 동사나 보조형용사처럼 보조해 줄 낱말을 덧붙일 때는 당연히 이유가 있어야 하고 그 효과를 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보조'라고 말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면 괜한 짓을 하는 것 아닌가. 한 글자라도 더 썼을 때는 문장 표현이 그만큼 더 정확해지거나 풍부해져야지, 외려 어색해진다면 빼는 게 옳다.
저자나 역자, 곧 글쓴이가 확신의 편에 서는 사람이라면, 나 같은 교정자는 의심의 편에 설 수밖에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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