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조두진 「소농의 공부」
'작고 서툰 손의 생산방식'을 생활에 도입하면 액면가치 평가에서는 잡히지 않는 가치항목, 곧 고마움, 미안함, 유대감, 낭만, 배려 같은 인간적 정서를 확보할 수 있다.
제철 채소를 더 많이 먹고, 비계절 채소를 조금 덜 먹는 행위는 안전하고 건강한 채소를 더 많이 먹는다는 이점과 함께 사람이 제일이라는 인식, 사람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연 파괴적 사고에서 벗어나 자연에 순응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겨울에도 우리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수박을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먹을 수 있다고 다 먹을 필요는 없다. 인간이 할 수 있다고 다 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소비자는 이왕이면 값이 저렴하고 겉보기도 좋은 고춧가루를 구입하려 하고, 생산자는 겉보기 좋은 고춧가루를 최대한 많이 생산하길 원한다.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에 암묵적으로 '쌍방 기만 계약'이 성립하는 것이다.
그래서 토마토 생산 농가에서는 100퍼센트 연두색 토마토, 그러니까 익지 않은 토마토를 수확해 선별한 뒤 포장하고 출하한다. 심지어 벌겋게 익기 시작한 토마토는 수확한 뒤 크기별로 분류하는 과정에서 골라낸다. 잘 익은 토마토가 불량품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익은 토마토는 세척, 포장, 유통 과정에서 잘 터지고 쉽게 상하기 때문이다.
물을 자주 주어야 토양의 거름 성분이 녹아서 작물체로 이동하고, 그래야 크고 튼실한 토마토가 열리기 때문이다. 또 평소에 물을 자주 주면 토마토가 물에 일종의 면역력이 생겨 장마가 닥쳐도 열과가 덜 발생한다.
가뭄이 심하지 않다면 파종할 때 일부러 물을 주지 않아야 식물체가 뿌리를 깊이 내리고 튼튼해지는 것이다.
세파농법은 다소 힘들게, 또 더디게 자람으로써 작물 고유의 맛을 내고, 햇빛을 더 많이 품도록 하자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농업은 지구환경을 가장 크게 파괴하는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규모가 클수록 더 그렇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화학비료와 농약을 많이 사용할수록 더욱 파괴적이다. 만약 누군가 시골의 푸른 논과 밭을 보면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연상한다면 농업의 속성을 모르는 소리라고 할 수 있다. 단위면적당 논과 밭만큼 심하게 오염된 땅도 사실은 드물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자신의 직업과 관련한 노동 외에는 거의 어떤 노동도 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의사는 진료행위만, 운전수는 운전만,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는 일만, 전기 기술자는 오직 전기 분야의 일만 한다.
그러나 그렇게 발전해 오는 동안 우리는 딱 한 가지만 할 줄 아는 사람이 돼 버렸다. 마치 돼지가 좁은 우리에 갇혀 살을 찌우기만 하면 되고, 양계장의 닭이 종일 알만 낳으면 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나아가 대량생산, 대량소비 사회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예술과 노동은 분리되기 시작했고, 생활인인 노동자와 전문 예술가의 경계가 뚜렷하게 구분되었다.
일하면서 문화와 예술을 즐기던 한국인은 이제 문화와 예술을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텔레비전 앞에 앉아 그들이 들려주는 노래와 이야기를 듣는다.
웃음도 위로도 휴식도 비용을 지불하고 구입하는 전문상품이 되었다.
1. 작고 서툰 손의 생산방식은 자본주의 문제점, 인간 소외를 보완한다. >> 그러니까 텃밭 최고다.
2. 계절을 억지로 극복하는 대량재배는 비용이고 낭비다. >> 그러니까 텃밭 최고다.
3. 소비자는 절대 충족할 수 없는 욕망을 꾸고, 생산자는 속일 수밖에 없다. >> 그러니까 텃밭 최고다.
4. 물을 많이 줘서 억지로 자라게 한 농작물은 자연 고유의 맛이 없다. >> 그러니까 텃밭 최고다.
5. 대규모 농업은 자연을 파괴한다. >> 그러니까 텃밭 최고다.
6. 자기 전문 분야를 제외하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 그러니까 텃밭 최고다.
7. 뭐든 부러워만 하고, 직접 하지 않는다. >> 그러니까 텃밭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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