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머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원댄싱머신 May 01. 2020

풍요로운 고독

 _나카지마 요시미치 「사람을 미워한다는 것」

저자는 미움이 많다. 미워하는 사람, 질투하는 사람, 경멸하는 사람들을 마구 늘어놓는다. 남을 미워하는 것도 잘하지만, 미움을 받는 것도 만만치 않다. 아내와 보지 않고, 아들과 보지 않는다. 공인받은 바는 없지만, 저자는 나름 미움 전문가다. 전문가로서 주고 받은 미움에 대한 고백과 미움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이 책을 이루고 있다.



미움받는 것


우리는 미움 받는 것을 두려워 한다. 때로는 남의 노예가 되기도 하고, 절절한 변명을 하기도,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은 어째서 자신도 타인을 무심코 또는 몹시 사소한 이유로 미워하면서 다른 사람이 자신을 무심코 또는 몹시 사소한 이유로 미워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걸까?



미워하는 것


미워하는 것도 두려워 한다. 남을 미워하는 마음을 스스로 발견하자 마자 스스로를 미워하기 시작한다.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미움 받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 잔혹함 속에서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나 자신 또한 똑같이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단 이렇게 미워하는 것과 미움 받는 것을 인정하고 시작한다. 이렇게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미움을 분석한다. 미움의 원인을 8가지로 나눠서 체계적으로 분석하는데, 여기서는 일부 재미있는 부분만 소개한다.



상대에 대한 기대


누군가에게 기대하면, 미워하게 된다. 부모에게 남편에게 자식에게 선생에게 기대하는 게 쉬운 만큼, 미워하기도 쉽다. 저자도 미움받은 자식이었고, 미움받은 남편이었고, 미움받은 아버지였다.


이러한 부자연스러움으로 칭칭 얽힌 구조를 사랑으로 착각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는 것도 원인이다. 기대에는 그림자처럼 미움이 따라다닌다.



좋은 사람


저자는 미움이 많은 만큼, 미움이 없는 사람을 보면 위화감을 느끼고 경계한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을 가차없이 비판하는데, 일리가 없지는 않다.


상대의 악의도 선의로 바꿔 해석하려 하고, 모든 사람을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이런 생각은 의지라는 더욱 체감적인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진정되지 않는다. 내 주변에도 이런 사람이 있고 대체로 순조롭게 세상을 건너고 있지만, 나는 직관적으로 초조함을 느낀다. '미움'이라는 자연스러운 감정을 근원부터 말리는 기만을 느끼기 때문이다.



은혜를 둘러싼 미움


작은 도움을 받으면 고마움을 느낀다. 반대로 되돌려주기도 쉽다. 그런데 큰 도움을 받으면 배은망덕해진다.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감사해야 한다는 마음이 너무 크다. 스스로를 노예로 만들고, 스스로가 노예라는 걸 발견한다.


상대 앞에서 늘 감사의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경계하는 사이, 그러한 자신의 노예근성 때문에 마음이 개운치 않다.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왠지 모르게 자신을 깔보고 있는 듯한 친구를 미워하게 되고, 비굴한 자신도 미워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불만은 금세 상대가 알아차리게 되어 '그렇게 해줬는데'라는 불만이 쓱 머리를 스친다.



불합리한 미움


이외에도 경멸, 질투, 동경, 자기애 등 수많은 사례들을 언급한다. 이를 통해서 저자가 하는 말은 분명하다. 미움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내가 미움을 받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이유에서 나온 것이고, 내가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여기까지 생각해보면 그 불합리함에 깜짝 놀라게 된다. 그러나 인간이란 그러한 존재다. 여기서 '자신에게 잘못이 없다면 미움 받을리 없다'는 단순한 논리를 바란다면 상당히 이상해진다. 당신이 미움 받을 때 자신에게 잘못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서로 미워하는 관계


방법이 없다.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을 수 없고, 미움받지 않을 수도 없다. 받아들여야 할 수밖에 없다.


겉으로는 마치 미움 받고 있지 않은 듯 정신 똑바로 차리고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안 볼 수 있다면 가능한 한 안 보는 것이다. 그럴 수 없다면 여기서부터는 상식이지만 신뢰할 수 있는 동료 또는 상사에게 그 상대와의 차가운 관계를 털어놓고, 언제까지나 영원히 상대와 서로 미워하면서도 대등하게 지내는 기술을 수련해가야 한다.


미움에서 벗어나려고 하거나, 미움을 감추려고 해서는 안된다. 거짓으로 사과할 일도 용서할 일도 아니다.


당신이 당신에 대한 '미움'이 불합리함에도 마찰을 피하려고 상대에게 복종한다면, 어떤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미움의 역할


미움과 함께 하는 수밖에 없다. 미움은 인생을 풍요롭게 만든다.


... '미움'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결론짓고, 그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성숙한 어른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 소용돌이 속에 있어도 결코 자기 자신을 향한 비판의 눈이 탁해지지 않을 때, 그것은 도덕적인 삶의 방식이기까지 하다.


삶은 행복하게 만들지는 않지만, 충실하게 만든다. 진지충, 설명충 할 때의 그 충이다.


이러한 태도에 기초를 둔 인생은 진실을 두려워하며 행복에 빠져 있는 인생보다 불행할지는 몰라도 훨씬 충실하다고는 생각할 수 있다. 강하고 풍요로운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어떠한가?



미움을 바라보는 것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미움을 바라보자.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다양한 형태의 미움을 훑어보았다.


거기서 나는 굳이 미움을 억압하려 하지 않고, 그 대신에 미움이 생기는 방식을 구체적이고 냉정하게 관찰하려고 결심한 것이다.



누구보다 미움이 많은 저자가 나름 살기 위해서 찾아낸 방안이다. 진흙탕에서 발버둥을 치는 신세라 하더라도 그 진흙탕을 바라보고, 발버둥을 바라본다. 그 안에 풍요로운 삶이 있다.


★★★★ 저자는 불행해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풍요로워 보인다. 나도 그런 삶 살고 싶은데, 하루하루가 즐겁네 이거...


매거진의 이전글 텃밭 최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