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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May 04. 2020

미투 운동 다음

 _스베냐 플라스퓔러 「힘 있는 여성」

미투 운동의 한계에 대해 지적하는 책이다. 막연히 느껴왔던 부분을 분명히 지적한다. 얇은 책이다. 얼마 안 되는 페이지에 어려운 이론과 개념이 난무해서 읽기 쉽지는 않다. 그래도 궁금하니까 꾸역꾸역 넘겼다.




미투의 한계


미투 운동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남성이 사적으로 여성을 때리지 않도록 공권력에 호소하고 여론에 호소하는 게 미투다.


실제로 미투는 철저하게 가부장적인 여성상을, 수동성과 부정성으로 점철된 여성상을 부수기는커녕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결국 미투 운동은 남성의 욕망에 대처하고 남성의 욕망을 물리치며 남성의 욕망을 물리치며 남성의 욕망으로부터 여성을 효과적으로 지킬 수 있는 전략을 목표로 삼는다.


미투는 성폭력을 막기 위한 방어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지만, 거기까지다.


미투의 경우에는 여론이 판사의 역할을 대신한다. 소통은 해시태그를 거친다. 더구나 이러한 소통은 완전히 일방적이다. 여성은 말하고 남성은 침묵한다.



나아가야할 방향


저자는 '힘 있는 여성'이 되기를 주장하며 해체주의니 실존주의니 현상학이니 하는 어려운 담론을 가져와 설명한다. 내가 이해를 못해서 그런게 아니라, 이 글을 보는 사람이 이해를 못할 것 같아서 쉬운 부분만 설명한다.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음)


남성은 적극적이고 여성은 수동적이라는 가부장적 고정관념부터 깨야 한다.


수정이 되는 과정에서도 난자는 결코 가만히 있는 수동적 물질이 아니다. 난자에게는 자석 같은 힘이 있다. ... 남성의 정자는 절대 스스로 난자를 찾아가지 않는다. 여성이 질 오르가즘을 느낄 경우 수정은 더 유리해진다. 자궁이 수축되면서 정자가 더 안쪽으로 끌려들어가기 때문이다.
성행위란 그저 하나의 페니스가 성적으로 흥분한 여성 안으로 밀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여성의 성기가 그것을 휘감고 껴안으며 제대로 빨아들이는 것이다.


힘 있는 여성에 대해 가부장제는 부정적이다. 이 딜레마를 설명하는데 엘렌 식수의 글을 인용한다. 이름이 식수다.


욕망이 있어도 죄, 욕망이 없어도 죄, 불감증이어도 죄, 너무 '뜨거워도' 죄, 동시에 둘 다가 아니어서 죄, 너무 지나치게 엄마 노릇을 해도 죄, 엄마 노릇이 부족해도 죄, 아이를 낳아도 죄, 낳지 않아도 죄, 젖을 먹여도 죄, 안 먹여도 죄.
 _엘렌 식수 「출구」


결국 부수어야 한다. 수동성과 열등함을 깨부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주적인 주체가 되어야 한다.


남성을 거세할 것이 아니라 여성 스스로 힘을 얻어야 한다. 반응이 아닌 행동을, 수동성이 아닌 능동성을, 결핍이 아닌 충만을 추구해야 한다.
힘 있는 여성은 일과 섹스와 실존에서의 수동성이 남성 때문이라고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다. 힘 있는 여성은 욕망으로 뛰어든다. 스스로 욕망하고 유혹하며 객체의 지위에서 벗어나 호기심의 자주적 주체가 된다.


미투운동이 의미 없어지는 시대. 새로운 시대는 우리가 만들 수 있다.



★★★★★ 미투 다음에는 어떤 길을 가야할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다만 조금 어렵고 많이 재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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