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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Apr 16. 2020

책은 의리다

 _권인걸 「이 책으로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까?」

독서모임을 하기 때문에 의리로 샀다.


저자 권인걸은 책으로 먹고 산다. 물론 요즘은 코로나19 기간이기 때문에 쉽지 않겠지만, 강의와 모임 진행을 주업으로 하고 있다. 나처럼 독서모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 덕업일치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개척자와 같은 사람이다. 저자가 이 분야에서 성공하길 바란다.


그래서 의리로 사서 읽었다. 독서모임을 하며 느낀 생각들을 적은 가벼운 책이었다. 저자는 이렇게 느꼈구나, 확인하는 정도로 훑어보며 넘기니 어느새 뒷부분에 다다랐고, 뒷부분에 와서야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한다. 뒷부분이 더 재미있다. 전부 다 읽는 데에는 한 시간도 안 걸린 것 같다.


서점 데이트


언젠가 연인과 서점 데이트를 했을 때의 일이다. 심심했던 우리는 장난스레 "서로 절대 읽지 않을 것 같은 책을 찾아보자!"하며 내기를 걸었다. 제한시간 10분. 각자 흩어져 서가 이곳저곳을 살피다 서점 한구석에서 서로 찾은 책을 짜잔! 공개했다. 연인은 내게 「10년 후, 이과생 생존법」을 건넸고(이번 생엔 이과생으로 살 마음이 전혀 없다고!!), 나는 연인에게 「ㅇㅇㅇ 회고록」을 내밀었다. (ㅇㅇㅇ에는 우리가 정말 싫어하는 정치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책을 보고 뜨악하며 남들 몰래 킥킥 웃었다. 그 후에도 주제를 바꿔 몇 차례 더 책 찾기 놀이를 이어갔다. 그날은 내가 서점에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 중 하나로 남아있다.


나도 연인과 자주 서점에 가는데, 책을 장바구니에 쓸어담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서 이런 놀이를 할 생각은 못 했다. 해보면 재미있겠다.


어마어마한 내용이 숨어있을 거라고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다. 대신 가볍게 읽기에 좋다.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이라면 저자가 다룬 책을 보는 게 도움이 될 거다. 책이 어떤 주제를 다루는지,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알려주기 때문에, 책 선정에 참고할 수 있다.


과거의 나


하루는 문득 이런 상상을 해보았다. 만약 지금의 내가 열여덟의 나를 만나 "내가 미래의 너야"라고 말한다면, 그는 달라진 내 모습을 마음에 들어할까?


분명 지금의 나를 만든 건, 책의 비중이 컸다. 이것저것 경험하고 실패도 해보았지만, 그래도 책이 아니었다면, 분명 지금의 모습은 많이 달랐을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내가 미래의 너야"라고 말한다면, 그는 마음에 들어할까? 음... 책을 많이 읽었다는 점은 마음에 들어할 거다. 하지만 이렇게 머리가 빠질 줄은 몰랐겠지.



아직 교보문고를 비롯한 다른 서점은 계약이 진행 중이고, 알라딘과 예스24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나도 처음 만든 책을 알라딘과 계약해서 팔았다.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택배로 알라딘에 보내는 일이 너무 번거롭고 힘들어서 결국에는 품절처리 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지금 검색해보니 알라딘 중고서점에 나와있네. 암튼 출판사를 보니 저자가 직접 만들고 직접 유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안 팔려서 심심한 것보다는 번거로운 편이 낫다. 그가 많이 번거로웠으면 좋겠다.


※ 응원하는 책이라, 별점은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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