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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May 05. 2020

책장을 정리하다 읽은 책

_장샤오취안 「고양이의 서재」

어린이날이다. 모처럼의 휴일을 맞이해서 빈둥빈둥하고 있다. (저번 주에 노동절이었지만;;) 설탕에 절인 듯 달디단 방울토마토를 먹으며 뒹굴뒹굴 하다, 책장의 책을 하나둘 꺼냈다. 미뤄두었던 책 정리를 해야겠다.


책 정리


책을 정리하면, 일단 집은 개판이 된다. 세트는 세트별로 묶으면 그만이지만, 나머지는 사이즈별로 정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 사이즈라는 게 아주 미세하게 달라서 직접 세워놓지 않으면 가늠이 되지 않는다. 집 안에 있는 책들을 전부 끄집어내어 크기별로 늘어놓아야만 정리가 가능하다.


시간이 꽤 걸렸다. 토마토도 먹으며, 여자친구와 전화도 하며, 책도 읽으며 정리를 했다.  1년 전에 책장 정리를 한 번 했지만, 책장의 구성이 워낙 달라져서 전부 재분류해야 한다.


책 높이


책은 내용도 중요하고 표지도 중요하지만, 장서가에게는 무엇보다 높이가 중요하다. 같은 높이의 책들이 일렬로 늘어놓여 있어야 소장할 맛이 난다. 정리를 하다보니, 높이가 어정쩡한 책들이 아주 눈엣가시다. 얼른 읽고 독후감 쓰고 알라딘에 다시 팔아버려야겠다.



책을 정리하는 중간중간 읽은 책은 성공한 책덕후 장샤오위안의 「고양이의 서재」다. 중국어 책 제목도 동일하다. 정작 책에 고양이라는 단어는 한번 정도 나오니 출판사 마케팅의 승리라고나 할까. 저자가 주로 사용하는 아이디가 고양이란다.


50여 권의 책을 써온 학자이자 책덕후인 저자의 책 관련 에세이다. 책에서 무언가를 얻으려고 책을 읽는 편이기 때문에, 이렇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 책을 읽는 일은 드물다. 저자가 책을 얼마나 좋아하고, 어렸을 때 책을 어떻게 읽었고, 학자가 되고 나서 책을 어떻게 읽고, 어떻게 사고, 다른 책덕후들과 어떻게 교류하는지를 가볍게 적었다. 일기처럼 가볍고, 그래서 독자 입장에서도 편했다. 밑줄 친 부분도 포스트잇 붙인 부분도 거의 없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가끔은 이렇게 가벼운 책도 읽어야지.


문화대혁명


책을 금지하던 시기에 저자는 오히려 책을 더 많이 읽었다고 한다. 부모님이 학교에 근무해서 문을 닫은 도서관에서 몰래 책을 가져올 수 있었다.


부모님 덕분에 오래지 않아 난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 '책을 구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이름이 났다. '책을 구할 수 있음'은 당시에 진귀한 일이었고 책이 있으면 다른 사람과 교환해서 볼 수 있었다. 친구들은 자기가 구한 책을 내게 빌려줬고, 나는 내가 손에 넣은 책을 그 친구들에게 빌려줬다. 나는 점차 작은 허브가 되었다.


절대 읽으면 안 된다고 하는 금서도 빠짐 없이 읽었다고 한다. 책을 소유하기 어려우니 붓으로 직접 옮겨가며 읽었다고 한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이제 책 읽기는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은 일이 되었다. 책은 대단히 많고 구하기도 쉽지만 책을 읽으려는 열정은 그때에 비하면 한참 못하다. 몰래 금서를 읽었을 때는 어떤 이익도 목적도 없었으나, 책 내용이 머릿속에 깊이 남았고 심금을 울렸다. 이 점은 문화를 독재하던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책 읽기가 너무 쉬우면 오히려 매력이 떨어진다. 나도 여자친구가 책 좀 버리라고 해서 이렇게 악착같이 모으는 건 아닌가 싶다. (그건 아니다)


전화기 너머에서 여자친구가 갑자기 묻는다.

'오빠는 나한테 바라는 점 없어?'

1초 생각하고 바로 이야기했다. 어차피 내가 바라는 건 하나다.

'내 책만 버리지 않게 해줘...'


책 사는 걸 워낙 좋아하고, 책 과시하는 걸 무척이나 즐거워하기 때문에, 집 안을 가득 매우고 있는 책이 여자친구에게는 버리고 싶은 물건 1순위다. 최대한 빨리 읽고 알라딘에 팔아버리려고 노력하지만, 마음에 들어서 못 버리는 책도 있고, 새로 사들이는 책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장서 보관량은 안정적인 상향곡선을 그린다.


서재


이 책의 저자도 평생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았다. 집에 서재를 마련하고 책을 본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는데, 늘어나는 책을 감당하지 못해 지금은 거실과 딸의 방까지 쌓아놨다고 한다. 역시 책덕후에게 불어나는 책과 움직이지 않는 부동산의 불균형은 평생 지녀야 할 고민이다.


새집으로 이사 가자 아내는 너그럽게도 방 두칸 가운데 하나를 내 서재로 쓰게 해 주었다. 나는 그 방에서 행복한 마음으로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지금보다 더 좋았을 정도다. 여름이면 방바닥에 커다란 자리를 깔고 쓸 거리가 떠오르면 컴퓨터(이사한 뒤 곧 그 방에 컴퓨터를 장만했다) 앞으로 가서 잠시 글을 쓰고 나머지 시간에는 자리에서 뒹굴며 쌓인 책 속에서 졸거나, 졸다 깬 그 자리에서 책도 읽고 일도 했다.


외국 책


책덕후가 늘 그렇듯, 저자는 해외에 나가도 책을 산다. 한국, 일본에서 서점을 구경하고 책을 구했던 이야기도 담겨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외국으로 나갈 기회가 생기면 서점에 들러 책을 사는 일을 즐거움으로 삼기도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서 산 만화책, 일본에서 산 그림책이 쌓여있다. 이건 멀리서 산 기념품이기 때문에 버릴까 말까 고민하지 않는다. 문제는 영어책. 읽을 의사도 능력도 없으면서 알라딘에서 허세로 산 영어책은 다시 알라딘에 팔아버리려고 따로 빼놓았다. 작게 나와서 크기도 안 맞는다.


일상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금방 다 읽었다. 책장 정리도 거의 다 했다. 토마토도 다 먹었다.


★★★★★ 책덕후의 일기



정리가 된 책장. 다른 부분은 아수라장이다.




좋아하는 출판사1 : 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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