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라는 단어가 종종 보인다.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해야 사람들이 클릭을 하니, 이해는 된다. 나도 클릭했으니... 한편으로는 기자들이 스스로 클릭 장사꾼이 되었다는 걸 자인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정치권에서 다툼이 벌어지면, 자극적인 단어를 써서 정치혐오를 불러일으키는 건, 조선일보가 오래전부터 해오던 관성이다. 물론 독재가 끝난 이후의 일이다.
독재라는 건 기본적으로 비판과 양립할 수 없다. 박정희 독재 시절,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썼다간, 혹은 몇몇이 사적으로 이야기만 했어도,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가서 고문을 받았다. 그런 시절을 조선일보는 지나왔다, 아주 적극적으로. 일본 제국주의 치하에서는 일제 왕실을 찬양하는 기사를 쓰고, 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비난했다. 독재 정권 하에서는 5.16 쿠데타를 지지하고,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도들의 난동으로 보도했다.
독재가 끝나야 말할 수 있다, 독재
그러다가 민주화가 되자, 갑자기 독재라는 단어를 자유롭게 쓰기 시작한다. 마음에 안 들면 독재다. 거리낌 없이 독재라는 단어를 쓸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독재가 아니라는 것을 방증함에도 불구하고, 모순적인 표현을 자랑스럽게 사용한다.
독재라는 단어가 남용되고 오용되는 데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민주주의에 오물을 뿌린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상황을 비정상적인 것처럼 호도한다. 다수당의 주장이 다수결에 의해서 통과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불법적인 일이 자행되었거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과정이 조작되었다면 상황이 달라지지만, 민주주의 하에서 제도적으로 보장된 절차를 진행하는데 마음에 안 든다고 독재라는 단어를 쓰면, 오해를 하게 된다. 통과시키면 안될 것 같다. 정상적인 표결처리를 조선일보는 독재라 비하한다.
다른 하나는, 독재에 묻은 오물을 닦는다는 점이다.독재를 별거 아닌 것처럼 만든다.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승진하지 못할까봐, 정규직이 되지 못할까봐, 이직해야 할까봐, 비겁해지고 불의를 보고도 할 말을 삼킨다. 누군가 용기를 내서 폭로하고 맞선다면, 위와 같은 상황을 감수하는 것이다. 반면 독재 시절에는 목숨을 걸고 고문을 감수해야, 맞는 것을 맞다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말할 수 있었다. 지금 우리가 편하다는 게 아니라, 과거가 너무 극단적이었다. 그게 독재다. 상상하는 것조차 힘든 무시무시함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보수당이 1당이 아니고, 민주당이 1당이라는 이유로 독재 운운해버리면, 그것도 독재 정권에 땀 뻘뻘 흘리며 부역했던 조선일보에서 당당하게 이런 기사를 써버리면, 갸우뚱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