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주영하 「중국, 중국인, 중국음식」
중국인은 기름을 하루라도 먹지 못하면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다. 우리가 아프리카의 오지에서 며칠 동안 김치나 된장을 먹지 못하는 사정과 마찬가지로 기름에 볶은 요리가 없다는 점에서 그들은 고통스러워한다.
가정에서 남성에 비해 여성의 발언권이 강력한 북방인 부부는 함께 직장생활을 한다는 점까지 합쳐져 가정에서의 요리를 누가 담당할 것인가에 대해 분명한 구분을 두지 않는다. 전업주부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대륙중국의 가정에서는 손님을 청했거나 특별한 날을 제외하면 점심과 저녁은 매우 간단하게 준비한다.
또한 중국인은 보편적으로 계절에 따라 각각 다른 차를 마신다. 봄에는 양기(陽氣)를 보충하기 위해 화차(花茶)를 마시는 것이 좋고, 여름에는 기온이 높아 덥기 때문에 녹차를 마셔야 하고, 가을과 겨울에는 날씨가 추우니 홍차로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여긴다.
특히 오늘날 도시 사회에서 음식의 생산과 소비는 더 이상 남녀의 성 규정이나 가구집단의 특성, 나아가 생태적 특징을 담아내기보다는 경제적인 조건과 사회적 위계를 더 잘 드러내는 문화 현상이 되었다.
더욱이 식품 기업이 펼치는 마케팅 전략은 광고라는 수단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특정 식품의 정보와 호기심을 자극하여 식품 소비를 유도하기 때문에 집단적인 음식의 생산과 소비는 더욱 뚜렷하게 한 사회를 규정할 수 있는 문화적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사실 다국적 식품 기업이 지닌 확산의 힘은 광고에서 나온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미국에서 출발한 다국적 식품 기업의 힘은 제3세계에서 '미국 식품=멋'이라는 도식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늘날 대륙중국에서 확산 일로를 걷고 있는 미국식 패스트푸드 식당과 식품들 역시 이러한 광고에 힘입어 새로운 풍조로 사회의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