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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Jul 06. 2020

사람이 먼저다

 _로버트 기요카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두 아버지가 있다. 하나는 교사다. 명문대를 나와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일에 보람을 느낀다. 다만 가난하다. 다른 하나는 하와이에서 손꼽히는 부자다. 돈은 많지만,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다. 두 아버지의 삶이 이렇게 단순하게 요약, 비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해냈다. 전자는 가난한 아빠, 후자는 부자 아빠다.



돈이 있어야 돈을 번다는 생각은 경제적으로 똑똑하지 못한 사람들의 생각이다. 그들은 단지 돈을 버는 과학을 배우지 않았을 뿐이다. 돈은 아이디어에 불과하다. 돈이 당신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법을 배워라. 이제는 안전하게 하지 말고 영리하게 하라.
 _로버트 기요카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저자는, 부자 아빠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려면 직장을 그만두고 다단계, 혹은 사업을 해야 한다. 직접 일하지 말고, 다른 사람이 일한 돈을 가져가야 부자가 된다는 것이다.


부자는 돈이 자신을 위해 일하게 하고, 중산층이나 가난한 사람들은 한평생 돈을 쫓아서 산다.
 _로버트 기요카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재미있다. 혁신이나 아이디어를 이용해 돈을 벌라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 번 돈을 가져가라니. 다소 민망한 주장일 수 있지만, 저자는 당당하다.


마르크스가 저 세상에서 '똑같잖아!'라며 발을 동동 구를지도 모르겠다. 마르크스와 기요사키의 결론은 정반대니까. 마르크스는 그러니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고 고무시켰고 기요사키는 그러니 만국의 청년이여, 부르주아가 돼라고 선도한다.
 _사이토 미나코 「취미는 독서」


다단계* 하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서 쓴 책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단계를 찬양하는 책이 되어버렸다. 출간 초기에는 다단계 회사에서 대량으로 구매해서 교육용으로 활용했다. 그로 인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일단 베스트셀러가 되면, 일반 독자에게도 잘 팔린다.


*다단계 : 네트워크 마케팅이라고도 부른다. 암웨이나 허벌라이프가 대표적이다. 소비자가 회원이 되어서 다른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면 수수료를 얻을 수 있다. 


패륜이다. 이 책은 패륜을 권장한다. 열심히 살고 있는 아버지를 무능한 사람으로, 실패한 인생으로 치부해 버린다.


나도 불효하면 어디가서 지지 않는다. 효라는 개념은 자식 착취, 며느리 착취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불편하다. 경제력을 기준으로 부모를 평가하고, 교사라는 직업을 무능하다고 매도하다니. 아무리 돈을 강조하는 책이라지만, 돈 외에는 전혀 보지 못하는, 편협한 시야를 드러내고 있다.


가난한 아버지를 이해하라. 그의 가난이 부패한 사회 속에서의 정직 때문이라면 당신은 훌륭한 아버지를 가진 것이다. 혹은 그의 가난이 돈을 좇은 것이 아니라 그저 지켜야 할 것을 지킨 탓이라면 그를 존경하라. 혹은 그의 가난이 당신에 대한 책임 때문에 가장 안전한 길을 택한 희생에 기인한 것이라면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울어라. 그저 이유도 없이 가난해서 당신을 고생시킨 사람이라면 이제 당신이 그의 만년에 맛있는 음식을 드시게 하라.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인생과 인생이 만나는 것이다.
 _구본형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


'재벌 2세가 꿈인데 아빠가 노력을 안한다'며 하소연 하는 인터넷 유머가 있다. 로버트 기요카사키는 유머가 과했다. 자기계발서 전문가인 이원석은 로버트 기요사키의 책을 비판하며 아래와 같이 말한다.


하지만 아무리 자기계발에 매진하더라도 괴물은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라.
 _이원석 「대한민국 자기계발 연대기」


나는 불효자지만, 그래도 괴물은 되지 말아야지.


★★★★ 부자가 되기 전에 먼저 사람이 되어야지. 사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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