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샤오미 광고하는 글
오래 걸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지금이 여름이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항상 운전하고 다니니 계절을 체감하기도 쉽지 않다. 좋아하는 가방이 고장 났다. 샤오미 백팩인데 저렴하고 튼튼하고 이뻐서 매일 매고 다녔다. 지퍼가 이번에 고장 났으니 튼튼하다는 말은 일단 취소해야겠다.
카카오맵으로 옷수선하는 곳을 찾았다. 가방은 안 된다는 말을 듣고 다른 곳으로, 망했는지 빈 곳이어서 다른 곳으로, 계속 걸었다. 수선사의 말을 들어보니, 옷과 달리 가방의 지퍼는 속에 있는 거라 재봉틀에 들어가지 않아서 안 된다고 한다. 전부 뜯어내고 다시 밖아야 한다고. 수선집을 찾아서 걷고 또 걷다, 드디어 실마리를 찾았다. 가방집이 있다는 것이다. 저기 모퉁이 돌면 나온다는 가방집을 찾아 해매고 해매기를 거듭하다 정말 가방만 걸려있는 가게를 하나 찾았다.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가방 수선사는 4만원을 이야기했다. 4만원이요? 놀라는 내 얼굴을 살피더니, 비싼 거면 수리하는 게 나을 텐데, 저렴한 가방이면 고민을 좀 해보세요. 시킨 대로 고민을 좀 해봤다. 오래 사용한 가방이고, 내가 좋아하는 가방인데, 이게 얼마 짜리더라. 10만원이 넘는 게 아닐텐데.
결국 버리기로 했다. 1시간 넘게 땀을 흘리며 돌아다닌 게 아쉽기는 했지만 분명 그렇게 비싼 가방도 아닐 텐데, 새로 사야겠다.
저녁에 옥션에 로그인했다. 네이버쇼핑에서 검색해서 가격비교를 하면 좋겠지만, 나는 호구. 그럴듯하게 말하자면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가방과 로봇청소기는 샤오미, 책은 알라딘, 수박은 이마트, 옷은 유ㄴ... 암튼 옥션을 로그인해 '샤오미 백팩'으로 검색을 해보니 여러 가방이 나온다. 생각보다 다양한 종류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산 모델은 뭐더라... 찾아보는데, 가격이 심상치 않다. 2만원, 3만원, 대부분 저렴하다. 내가 사용하던 가방도 4만원이 넘지 않는다. 네모반듯하고 거의 튼튼한 가방이 이렇게 저렴하다니! 현대문명 최고다.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오랫동안 함께 해온 가방인데, 수리를 해서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면 환경 파괴도 줄일 수 있는 것 아닌가? 프라이탁은 버려지는 소재를 재활용해 가방을 만든다. 소재의 역사와 하나뿐인 디자인의 특별함이 합쳐져 상품의 가격도 높다. 비싼 가격을 주고 가방을 사서 오랫동안 수리해가며 사용하면, 가방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된다. 패스트 패션의 발달이 저렴한 제품을 만들고, 지금의 예처럼 수리하는 비용이 더 비싼, 가격의 역전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면 수선집은 하나둘 자리를 잃게 되고, 가방 하나 고치는데 1시간 넘게 해매야 하는 것이다. 저렴하고 다양한 가방을 손쉽게 구비할 수는 있지만, 가방 하나를 수리해가며 소중히 다루는 건 갈수록 어려워진다. 현대문명의 뒷면이랄까.
'슬로 패션'은 말 그대로 제조와 유통 과정이 패스트 패션과 달리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들어지는 패션을 말한다. 재활용을 활용하는 '업사이클링'은 친환경 소재로 만든 '슬로 패션'에 속하는데, 전 세계적인 패션 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패스트 패션은 아시다시피 대량생산되다 보니 소비자 각 개인별 개성이 떨어진다. 또한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계속 잘 보관해서 알뜰살뜰 다시 입는 방식이 아니라 쉽게 버리게 된다. 당연히 지구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중국 섬유 산업은 매년 250만 톤에 달하는 폐수를 방출하게 됐고, 미국에서 생산되는 옷의 85%는 매립지에 버려진다고 한다.
_김영호 「무배격」
다음날 아침 독서모임을 가려고 짐을 챙겨 나서는데, 문을 열어보니 상자가 하나 놓여있다. 잉? 어제 저녁 옥션에 시킨 게 어느새 도착했나 보다. 요즘 온라인 플랫폼의 배송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데, 정말 빠르다. 이제는 어디 쇼핑하러 나갈 필요도 없겠다. 현대문명 최고다.
패스트 패션은 트렌드를 더 재촉하는 동시에 일반화시키므로, 일각에서는 트렌드 예측 산업이 패스트 패션의 요구에 맞추려다 보니 갈수록 두루뭉술한 연구 결과만 내놓는다고 말한다.
_탠시 E. 호스킨스 「런웨이 위의 자본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