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석승혜, 김남옥 「불안한 사냥꾼의 사회」
자기 집단이 무시당하거나 저평가된다고 느낄 때, 정체성을 긍정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외집단 폄하이기 때문이다.
수침심을 느낀 사람은 그것을 안겨 준 대상과 직접 마주하기보다는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인접한 곳에서 쉽게 이길 수 있거나 굴욕감을 줄 수 있는 타자들을 찾는다. 수치심을 회복하고 치유하기 위해 타자에게 보복하고, 자신의 우월한 정체성을 억지로 되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베는 공정성과 배려를 대립되는 개념으로 독해하고, 공정성은 사회 전체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는 개인 대 개인의 교환 관계로만 상정한다. 배려 없는 공정성은 각기 다른 자원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에서 약한 사람이 도태될 수밖에 없는 기득권의 구조를 강화한다.
남성은 지위 상실과 청년 세대의 불안정에 대한 불안을, 여성은 안전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혐오 문법으로 표출한다.
하지만 청년이 연금충, 틀딱충 등으로 부르는 노인은 연금에 목숨 걸고, 지하철을 타고 다닐 수밖에 없는 이들이다. 다시 말해 흙수저 청년과 동일한 계급에 놓여 있는 하층 내부의 노인들이다. 노인들은 이들의 막말에 상처를 받고, 자신들의 청년 시절과 비교하여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요즘 것들'을 비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