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원댄싱머신 May 23. 2019

드라이버 삼총사

│빠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


20년 전에 읽어보고 충격받았던 책,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다. 남민전 사건에 연루되어서 프랑스 빠리로 망명했고 택시운전사로 먹고살았다. 그리고 책을 통해 '똘레랑스'라는 개념을, 문익점처럼 들여왔다.


빠리지앵들은 일년에 한두 번씩 연례행사처럼 치러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지하철 파업이 그것이다. ... 전 노조가 파업을 결의하고 비노조원까지 합세하면 지하철 전체가 완전히 정지하여 빠리 시내의 교통은 완전 마비상태에 이른다. ... 그런데 이 불평들 사이에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꼭 들어있다 "우리 이용자가 불편을 겪는다고 지하철 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데 동의하면 언젠가 그 제한의 목소리가 바로 우리에게도 닥칠 것이다."
 _홍세화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똘레랑스는 관용을 의미하는 프랑스어다. 아무것도 모르던 대학생 때 갑자기 접했던 개념이고, 나는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오랫동안 들을 일이 없어서 거의 잊었지만, 한동안 나는 이 개념을 가지고 세상을 보았던 것 같다. 틀린 말이라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 하고, 이를 용인하는 것이 관용, 똘레랑스다. 똘레랑스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그 의견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는 당신의 말할 자유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_에벌린 홀(탈렌타이어) 「볼테르의 친구들」


있고 있던 홍세화, 똘레랑스가 다시 떠올랐던 건 이 사람 때문이다.



│빠주의 대리운전사, 김민섭


대학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하고, 그리고 결국 대학을 때려치운 사람이다. 대학에서 강의하고 공부하던 중에도, 맥도날드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어떻게 든 월 60시간 이상을 일해야 가족들이 4대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은 꽤 고되었다. 냉동, 냉장, 건자재 박스 150여 개를 일주일에 세 번 내리고 올렸다. 물류 하차를 마치고 바로 강의에 들어가야 하는 날도 많았다. 가끔은 강단에서 다리에 힘이 빠질 만큼 힘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들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이 육체노동을 계속해야겠다고 여러 번 마음먹었다. 이전보다 더 그들을 한 인간으로 존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존중할 만한 각자의 삶을 영위하고 있을 것이라는 전에 없던 자각, 노동은 그렇나 성찰을 가능케 했다.
 _김민섭 「대리사회」


그는 노동에서 많은 것을 깨달은 만큼 "어떠한 삶을 살아가게 되든 육체노동을 반드시 하겠다"고 말했고, 지금은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


아니다. 홍세화를 다시 떠오르게 했던 건 이 사람이다.



│바미의 택시운전사, 이준석


새누리당 시절, 내 마음속 꼴보기 싫은 사람 1위를 차지했지만, 바른미래당으로 나온 이후 좋아하는 정치인이 되었다. 최근 택시운전을 시작했다고 한다. 택시운전에 대해 알고 싶어서 하루에 12시간씩 운전한다.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문제를 생각하면, 요즘에는 카풀앱과 택시업계 갈등이 먼저 떠오른다. 앞으로도 그 중요성이 작아질 것 같지 않으니, 촉망받는 정치신인이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도 그리 낭비는 아닐 거다. 그도 작가 김민섭처럼 노동을 통해 노동자의 현실을 조금 더 피부로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어쩌면 더 큰 일을 하는 사람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가, 내 노동조건을 정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하루 벌이가 궁금하다.
“12시간 중 차고지로 돌아가는 시간을 빼면 보통 11시간 일한다. 출근시간 등 피크 시간대에는 한 시간에 2만원까지 번다. 하지만 나머지 시간에는 시간당 6000원 정도밖에 벌지 못한다. 식사와 휴식시간 등을 감안하면 많아야 하루 15만~16만원의 수입이 생긴다. 여기에 회사마다 다른데 사납금을 12만~13만원 내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돌아도 하루 3만원 정도 버는 셈이다.”
-예상보다 많지 않다.
“사납금을 다 채우면 회사에서 120만원의 월급이 나오니 약 200만원의 월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180만~200만원 버는 기사들이 대다수다. 주 6일 근무에 하루 12시간 일한 결과가 이 정도라 택시회사가 기사 모집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된다.”
 _국민일보 「조금 식상한 '택시기사 이준석'」 2019-03-02 기사


택시기사의 수입이 이런 구조라는 건 처음 알았다. 편의점처럼 한번 꼰, 복잡한 방식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채식주의의 모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