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원댄싱머신 May 18. 2019

채식주의의 모순

그리고 육식주의의 모순

마블 영화 「어벤져스 앤드게임」의 배우 중에서 10명이나 채식을 한다고 알려졌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닥터스트레인지 역)는 유튜브 「영국남자」에 출연해서 비건임을 밝혔다. 크리스 헴스워드(토르 역)는 비건 보디빌더들과 함께 몸을 만들었다고 한다. 마크 러팔로(헐크 역)는 유명한 환경운동가다. 스칼렛 요한슨(블랙 위도우 역)은 몸매 관리를 위해 채식을 즐긴다고 한다. 기타 등등 배우들은 잘 모른다. 암튼 블로그를 보면 다 나온다.


채식주의의 모순


대한민국에서 채식주의자에 대한 여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일단 모난 돌이어서 정 맞는 측면이 가장 크다. 그리고 모순도 있다. 동물을 죽이지 않고 곡식만을 먹는다 하더라도. 농사의 목적은 (인간 입장에서의) 해충을 다 죽이고 그 결과물을 독식하는 데 있다. 물을 가두어서 논을 만들고 생태계를 임의로 조절한다는 점에서는 소규모 환경파괴라고 볼 수도 있다. 무엇은 먹지 않고 무엇은 먹는지를 나누는 기준이 자의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 채식주의 논리는 자의적이다.


육식주의의 모순


그러면 인류의 대표 이데올로기, 육식주의 이야기를 해보자. 이들에 의하면 채식주의자는 위선자다. 육식주의자들은 인간이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라는 점을 쿨하게 인정하고 고기를 마음껏 먹자고 주장한다. 취식에 윤리는 없고, 먹을 수 있는 것들은 먹게 되는 게 자연스럽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들의 주장은 합리적일까.


다른 동식물을 죽여서 먹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육식이 자연스럽다는 주장은 수긍할만하다. 그런데, 육식주의를 하는 사람들도 인육을 먹자는 주장은 하지 않는다. 다른 종에 대해서는 포식자지만, 같은 종에 대해서는 인류애를 발휘한다. 그렇다면, 같은 종을 잡아 죽이고 정복하지 않아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불과 수십년 전까지 인류는 피부색, 종교, 이데올로기가 다르면, 정복 대상으로 여겼다. '같은 종은 먹지 말고, 다른 종만 먹으라'는 선한 주장은, 신을 가져오지 않고는 정당화할 방법이 없는, 자의적인 기준이다. 논리라기 보다, 그동안 그렇게 해왔다는 관성에 가깝다.


채식주의의 모순 = 육식주의의 모순


채식주의의 기준은 자의적이다. 식물과 곤충은 죽여서 먹어도 되고, 동물은 안된다. 그리고 육식주의도 자의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식물과 곤충과 동물은 죽여서 먹어도 되고, 인간은 안된다.


채식주의를 거부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기준이 자의적이라는 이유로 채식주의를 비판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리는 누구나 자의적이기 때문이다.


모순 없이 비폭력을 실현하려면, 소설 「채식주의자」처럼 생존을 넘어서는 수밖에 없다.


영혜의 음성은 느리고 낮았지만 단호했다. 더이상 냉정할 수 없을 것 같은 어조였다. 마침내 그녀는 참았던 고함을 지르고 말았다.
네가! 죽을까봐 그러잖아!
영혜는 고개를 돌려, 낯선 여자를 바라보듯 그녀를 물끄러미 건너다보았다. 이윽고 흘러나온 질문을 마지막으로 영혜는 입을 다물었다.
....왜, 죽으면 안되는 거야?
 _한강 「채식주의자」
매거진의 이전글 빛으로 사라지는 자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