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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May 23. 2019

겨울

「단순변심으로 인한 이별」불가합니다

겨울이 오는 것이 두려운 이유는 추위*때문만은 아니다. 언제부터 한해가 가는 것이 두려운 일이 된 걸까.


추위 : 세상 할일 없는 사람들이 모인 듯한 집단, 허프포스트코리아는 이따금씩 '당신이 남들보다 추위를 타는 11가지 이유', '7가지 이유' 등을 발표하곤 한다. 갑상선 때문일 수도 있고, 빈혈, 임신 등이 이유일 수도 있다고 한다. 탈수나 호르몬, 체질량 지수인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똥만 싸도 박수를 받던 시기는 기억에 없으니, 차치하자.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면 존재 그 자체로 환영받던 때는 대학교 새내기*때였던 것 같다. 그냥 웃기만 해도, 문자 그대로 자리를 빛내는 역할을 했던 그 때. 그렇게 이쁨만 받다가, 어느 순간 새내기를 챙겨야 할 선배가 되었다. 갑자기 눈에 보이는 책임을 어찌저찌 주워들고 시간의 흐름을 부랴부랴 따라왔다.


 새내기 : 호주제가 헌법불합치를 선고 받고, 북한은 핵보유를 선언한 해였다.


스마트폰이 나오고, 어플로 웬만한 걸 다 하는 세상. 매해의 트렌드를 정리한 두꺼운 책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오늘. 그렇게 또, 새로운 겨울은 성큼 다가왔다. 편의점 떡국* 한 그릇, 나이도 한 그릇을 더 먹게 되었다. 늘어난 책임감과 뱃살, 신경써야할 수치들은 밑반찬이다.


편의점 떡국 :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워라밸을 중시하면서 새해에도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편의점에서 떡국을 사먹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트렌드라니까 한 번 해보자. 엄청 맛있다.


시간 속에 자신의 자리를 두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곡선의 어떤 지점에 있는 것을 인정하고, 앞으로 그 곡선을 따라 걸어야 한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시간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사로잡는 공포를 느끼며 거기에 가장 위험한 적이 있음을 인식한다. 내일, 그는 내일을 바라고 살겠지만, 그의 본연의 존재 자체는 내일을 거부해야만 할 것이다. 이 본능의 저항이 바로 부조리다.
 _알베르 카뮈 「시지프 신화」


올해 겨울은 너무 춥다. 오랜만에 하는 데이트도 빨리 끝내고 따뜻한 이불 속으로 들어가 쉬고 싶을 정도로 추운 날씨다. 집에 들어왔는데, 보일러를 켜놓고 갔다. 아이고 기름 낭비했네.




※ 에세이집 「단순변심으로 인한 이별」에 수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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