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우치다 타츠루 「어른 없는 사회」
저는 어떤 특정한 입장의 오피니언 리더는 아닙니다. 특정 사상이나 원리의 기수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보수' 쪽이어서, '지금 있는 제도나 문물을 가능한 한 부수지 말고 잘 사용해 보자'는 것이 제 입장입니다. 쓸 수 있는 것은 쓰자, 고장 난 것은 가능한 한 수리해서 계속 쓰자, 이미 어떻게 해도 안 되는 것이라면 어쩔 수 없으니 그 부분만 새 것으로 교체하자, 말하자면 '동제 자전거 가게 아저씨' 같은 사회개혁론자입니다. ... 그보다는 '사회수선'이나 '사회보수'라 하는 편이 적절할지 모르겠습니다.
남녀의 고용 기회를 균등하게 하는 것도 구인 수는 그대로인데 구직자 수는 두배가 되는 셈이어서, 고용 측면에서 보면 고용 조건을 평가절하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재계가 법 제정에 그렇게 열심인 것입니다. 비즈니스 하는 사람이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법 제정을 서두르는 일은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페미니즘과 자본주의는 궁합이 잘 맞았습니다. 인간이라면 '남자나 여자나 누구나 권력을 갖고 싶어 하고 돈을 원한다'는 논리로, 부권제 이데올로기와 모성애 이데올로기를 무장해제시켜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혈연공동체와 지연공동체가 붕괴한 것은 일본이 풍요롭고 안전한 사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혼자서라도 살 수 있게 된 것이죠.
친척과 친구들, 이웃들과의 네트워크는 자신에게 '만약의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청하는 대가로 상대방에게 '만약의 일'이 있을 때 돕겠다는 상호부조적인 계약입니다. 쉽게 말하면 서로에게 폐를 끼치기 위한 시스템인 셈입니다. 인간이란 존재는 서로 폐를 끼치는 존재라는 인간 이해가 그 기본에 깔려 있습니다.
어느 시대가 좋다 나쁘다 한마디로 말할 수는 없겠지요. 개인이 모래알처럼 원자화되고 친족과 지역사회가 붕괴한 것은 그만큼 이 사회가 풍요롭고 안전해서 혼자서도 살 수 있게 된 대가이니까요. 어쨌든 풍요롭고 안전한 사회는 그 자체로도 하나의 성과라고 할 수 있겠죠. 그렇지만 지금 다시 우리 사회는 가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자기 이익만 생각하고 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세상이 예외적으로 풍요롭고 안전해서 인간이 이기적으로 변하는 것과 풍요도 안전도 사라져서 사람들이 서로 돕는 쪽으로 가는 것 중에 어느 쪽이 더 좋다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때그때의 역사적 상황에서 어떻게든 잘 살아 보고자 애쓰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사가족이나 확대가족에 대한 이론적인 뒷받침은 아직 누구도 하지 않고, 공동주거의 관리방식이나 운영방식도 아직 이렇다 하게 공유되어 있지 않습니다만, 여기저기서 나름의 꾸준한 실천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회학자 우에노 치즈코 씨가 제창한 '홀로 즐기는 노후'는 돈 있고 고학력에, 취미생활이 가능한 사람들만의 '강자 연합' 커뮤니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돈도 없고 힘도 없는 사람들이 '약자 연합'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누가 깃발을 흔들고 있는 것도 아닌데,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 움직임이 핵가족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