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김영하 「퀴즈쇼」
전화는 끊어졌다. 나는 머리를 감싸쥐고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조금 전의 사건을 통해서 적어도 한 가지는 배웠다고 생각했다. 어떤 질문은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달리 말하자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 퀴즈도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인생의 거의 모든 질문이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가자." 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지갑을 꺼냈다. "내가 낼게."
가난한 사람은 이렇게 해서 좀더 가난해진다. 그들은 가난을 부끄러워하기 때문에 결국 더 가난해진다. 가난을 숨기기 위해 '남들 다 하는 것'을 하고 그 '남들 다 하는 것' 때문에 빚을 지고 그 빚을 갚느라 세상의 노예로 살아가는 것이다.
사랑이 어찌 노력과 재능으로 되랴? 그것은 정말 운명이거나 우연인 것이다. 정말 딜레마이다. 사랑의 기쁨은 그 예기치 않음에서 오는데, 정작 그 예기치 않음 때문에 인간은 불안에 떨며 그것이 제 손아귀를 빠져나갈까 전전긍긍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