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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Sep 18. 2020

안 팔리기 어려운 책


위 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책을 팔려면 대립각을 세워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안 팔리기 어려운 책을 기획하고 있다. 잘 팔리는 책을 선택해서, 그걸 공격하면 된다.



「돈의 속살」


수천억을 벌었다는 저자가 돈에 대해서 다 안다는 듯이 떠벌린 책 「돈의 속성」과 대립각을 세우는 책이다. 「돈의 속성」은 일종의 재테크 서적이자, 저자가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보여주는 성공기다. 베스트셀러인 「돈의 속성」이 정말로 돈의 속성에 대해 밝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돈의 가장 중요한 본질을 빼먹었다는 점을 밝히면서 광고하면 좋겠다. 돈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평가된다. 그래서 내가 돈을 벌면, 너는 돈을 못 버는 셈이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부동산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은 가난해진다. 그런데 다같이 부자가 되자고, 돈의 속성을 밝힌다? '모두가 금을 캐면, 금값은 똥값이 된다'는 단순한 논리를 펼치면 되겠다. 돈의 속살을 은근슬쩍 보이면, 사람들은 몸이 달아올라 앞뒤 안가리고 달려들 것이다. 원래 돈을 벌려면, 돈 버는 방법에 대한 책을 써야 한다.



「51년생 김무성」


여혐 사회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살아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책 「82년생 김지영」에 노룩패스 한 방을 날리는 책이다. 주인공은 옥새런(옥새를 들고 달린 공천파동)으로 유명한 국회의원 김무성. 그의 어록을 한 번 들고 달려보자. "애 많이 낳는 순서대로 여성 비례 공천 줘야 하지 않나" (2014-11-03) "저출산 해결 위해 조선족 대거 받아들여야" (2016-01-29) 여성을 애 낳는 기계로 보는 그의 시각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권력을 가진 남자의 삶도 쉽지 않다는 식의 스토리를 구성할 예정이다. 적어도 일베에서는 화제가 되지 않을까? 일베 회원들이 책을 얼마나 사는지 먼저 조사해보고, 펜을 들어야 겠다.




「우울증도 낫게 하는 떡볶이」


평범한 떡볶이 레시피 책. 하지만 마케팅을 똑똑하게 하면 이 책으로도 중쇄를 찍을 수 있다. (초판을 다 팔아서 다시 인쇄한다는 의미. 한 마디로 잘 팔린다는 거.) 비법은, 독립출판에서 시작해서 입소문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공략하는 것이다. 책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저자의 에세이다. 우울증 환자도 한번 먹으면 병이 나아버린다! 위 책의 저자도 이 레시피로 떡볶이를 만들어 먹었더니 지금은 조증이 되었다! 이런 방향으로 기획 중이다. 그걸로도 책이 안 팔리면 비장의 양념이 있다. 제목을 살짝 바꿔서 「우울증도 낳게 하는 떡볶이」로 출간하는 것이다. 우울증의 출산을 견디지 못하는 독자들이 직접 책을 사서 폐기할 것이다. 일단 맞춤법에 집착하는 독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조사해보고, 요리를 시작해야겠다.




「나는 코를 펭!」


펭수를 공격하는 책을 기획중이다. 컨셉에서 이미 베스트셀러의 냄새가 난다. 「나는 너를 펭랑해」는 펭수 엽서책이다. 귀여운 펭수 사진이 힙합, 산타, 천사, 드레스 등 다양한 컨셉으로 찍혀 있다. 보면 귀여워하지 않기 어렵다.(=귀엽다) 하지만 그 힘든 것을 해내야 한다. 펭수가 코를 푸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몰래 찍어서 엽서로 만든다. 그래서 책 제목이 「나는 코를 펭!」이다. 더럽고 혐오스러운 느낌이 들면 더 좋다. 펭수를 정말 싫어하는 사람들, 펭수가 싫은 건 아니지만 왜 이렇게 난리인지 모르겠는 사람들, 그리고 이 책이 서점에 보이는 게 싫은 사람들이 구매자가 될 것이다.




「가난한 할머니 가난한 엄마 가난한 여자친구」


20년이 넘게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가 인기를 끌었던 요인은 가혹함이다. 교사이자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친아버지를 돈 못 번다고 비난한다. 반면에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친구 아버지를 돈 잘 번다고 동경하다. 이 가혹함. 그 안에 성공의 비법이 있다. 어제 불닭볶음면을 먹고 피X을 싼 다음날에도 마라탕을 먹게 되는 이유라고 할까. 사람들은 갈수록 자극적인 내용을 찾는다. 그래서 이번에는 패륜의 끝을 향해 달려가기로 한다. 강남이 논밭일 때 미리 땅을 사들이지 않았던, 답답한 할머니 욕으로 책은 시작한다. 미리 코딩 교육을 시켰다면, 미리 중국어 교육을 시켰다면, 이렇게 취직이 안되지는 않았을 텐데. 엄마에 대한 원망이 중반을 차지한다. 마지막 해결방법은 여자친구다. 돈 많이 버는 대기업 여자친구, 전문직 여자친구, 사업가 여자친구를 만나서 인생역전하는 방법을 밝히며 마무리한다. 마라탕이 어느새 외식계의 트렌드가 된 것처럼, 이 책도 자기계발서의 트렌드가 될 것이다.




「모자를 아내로 착각한 남자」


어디서 본 적 있는 제목처럼 보이겠지만, 기분 탓이다. 신경장애를 가진 환자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소개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와 비슷하게 이름을 지어서, 독자의 착각을 노린다. 워낙 유명한 책이니, 사람들은 세심하게 확인하지 않고 구매 버튼을 클릭할 것이다. 표지도 비슷하게 만들어 내면, 받은 순간에도 인지하기 어렵다. 어쩌면 내용을 읽어도 눈치 못 챌 가능성도 있다. 베스트셀러지만 내 스타일은 아니네, 하며 다시 책장에 꽂아놓을 것이다. 내 경우를 생각해보면, 책을 책장에 꽂아 놓기만 하고 끝내 읽지 않는 경우도 많다. 끝까지 들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내용은 내가 옛날에 적은 일기장 적당히 버무려서 만들고, 표지만 정성들여서 만들면 된다. 하루이틀이면 만들 수 있다. 가성비가 높은 책이다.



헤헤. 출판 재벌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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