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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Sep 20. 2020

노브라로 나가보았다

오늘 노브라로 나가보았다


이런 제목의 글을 사람들이 (내가) 많이 클릭하는지, 브런치 화면 아래에 자꾸 뜬다. 심지어 2018년, 2019년 글도 브런치 글을 읽다보면 추천으로 뜬다. 왜 자꾸 뜨지? 하면서 또 클릭해본다. (시스템1은 말을 안 듣는다ㅠ) 내가 좋아요를 너무 눌렀나, 하고 반성해본다.



나는 남자니, 노브라가 기본값이다. 그러니까 제목이 거짓말은 아닌 셈. 오랜 친구인 탈모와 동거 중이기 때문에, 노브라 노헤어로 밖을 나선다. 남들 눈 때문에 불편한 브래지어를 하듯이, 나도 가끔 비니를 쓴다. 불편하고 근질근질 하다. 그래서 요즘에는 스냅백을 선호한다. 니플패치가 더 편하듯이, 바람도 잘 통하고 덜 간지럽다.


2016년 강남역에서 여성표적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 많은 여성들이, 여혐사회에서 자신이 아직도 살아남은 것은 운과 우연의 결과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내가 살해당할 수도 있었다는 충격으로, 침묵하던 사람들은 거리로 나오고 책을 쓰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019년 다시 사람들을 움직이게 한 것은 설리다. 보기 좋다는 이유로 강요받던 브래지어를 그는 차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댓글 린치를 당해왔다. 꽤 오래 잘 버텨왔지만, 얼마 전 그만 무너지고 말았다. 그동안 노브라를 실천하면서도 침묵했던, 혹은 적극적으로 설리를 옹호하지는 않았던, 많은 사람들이 다시 한번 흔들렸다. 가만히 있으면 하나둘 계속해서 살해당하는구나, 하는 깨달음의 물결이 뉘우침의 바위를 만나, 커다란 파도를 만들어낸 듯했다.


노브라는 단순한 패션이 아니다. 설리를 죽인 너, 나도 죽여라. 더이상 살해당하는 여성들을 두고보지만 않겠다는 외침이다. 그렇게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 된다.


탈모는 그냥 개인적 거다. 어떤 의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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