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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Nov 12. 2020

오늘도 창의적인 한국경제

요즘 한국경제는 부동산으로 먹고 산다. 나라 경제가 아니라, 한국경제신문 말이다.


부동산 관련 뉴스와 가짜뉴스를 쏟아내면서, 건설사와 부동산중개인, 그리고 투기꾼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부동산으로 한몫 잡고 싶은 우리의 욕심도 하나의 원인일 것이다. 독자가 바라는 기사를 쓰는 게 언론의 밥벌이일 테니. 하지만 그보다 한국경제신문이 주독자층을 스스로 한정한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 바라기와 부동산중개인 바라기, 그리고 투기꾼 바라기가 되기로 결심한 듯하다. 양대 경제신문지였던 한국경제신문이 어느새 부동산 찌라시가 된 것 같아서 마음이 씁쓸하다. 어떤 기사를 내고 있는지 살펴보자.



하다하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전세가와 매매가격 차이가 계속 좁혀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도권 직주근접 단지 내 바로 입주가 가능한 ‘똘똘한 한 채’에 수요가 몰리고 있지만 매물이 귀하다.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부담 증가, 청약 대기 수요 등도 전세 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강도 높은 규제가 갭투자를 억제하고 있지만 지금처럼 전세가율이 높아지면 다시 갭투자가 고개를 들면서 집값을 끌어올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_한국경제 「하다하다 이젠…'집값보다 비싼 전세'까지 등장」 2020-11-08 기사


전문가의 전망이라고 소개하지만, 사실 전문투기꾼의 주장이다. 전세가가 오르는데 비해, 매매가가 오르지 않아서 갭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한국경제는 언젠가 매매가도 오를 거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갭투자를 할 이유가 사라지고, 전세는 더 줄어들 것이다. 갭투기가 줄어들면, 장기적으로 집값은 안정된다.



전세 선호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시행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보호법에 대해 전세 임차인 10명 중 7명 가까이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전세를 선호하는데 임대차보호법이 오히려 ‘전세난’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_한국경제 「세입자 10명 중 7명 "임대차보호법 도움 안 된다"」 2020-11-09 기사


나도 전세에 살고 있다. 매매 여력이 있는 중산층이 아닌 이상, 전세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개인적인 선호와 전세 매물이 많이 나오는 부동산 시장은 완전히 다르다. 집값이 폭등하면, 갭투기가 성행하게 되고, 전세 매물이 넘쳐난다. 사회적으로는 나쁜 상황이다. 한국경제는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이상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세가 많아야 좋은 거고, 그러니까 갭투기를 많이 해서 전세 매물을 많이 내놓아야 좋다는 논리다.



비중


2030세대의 ‘패닉바잉(공황 구매)’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입에서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20대 이하 비중 역시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4%를 넘어섰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줄어들고 있지만 젊은 층의 매수는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_한국경제 「계속되는 2030 '패닉바잉'」 2020-11-09 기사


창의적인 기사다. 실제로 부동산 거래는 감소하고 있다. 7월 1만6002건에서 8월 6880건, 9월 4795건으로 줄어들었다. 경제학을 공부하지 않았더라도, 산수를 배운 사람이 기자가 되었다면, 거래량 감소 기사를 썼을 것이다. 한국경제는 새로운 길을 찾아낸다.


굳이 따지자면, 30대의 비중이 올라간 거라고 볼 수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40·50대의 부동산 거래가 더 많이 감소한 거라고 보는 게 맞다. 이런 상황에서 30대 비중이 높아졌다는 기사를 쓰다니. 다른 사람들이 여전히 패닉바잉하고 있으니, 너도 망설이지 말고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산수는 약하지만 창의적인 사람들이 이끌어가는 신문인 듯하다.



지방


1가구2주택자 稅부담 커지자…지방 부동산 '직격탄'
양도세 등 중과 여파…서울 한채 남기고 지방 집 급매물로
김천·무안·사천 등 3천만~4천만원 '뚝'…입주율까지 저조
양평 전원주택도 수천만원씩 하락…"지역경제 파탄날 지경"
 _한국경제 「"세금 무서워 고향집 내놨습니다"…지방 부동산 '초토화'」 2020-11-01 기사


상황이 상당히 나쁜 것 같다. 지방 부동산이 초토화되었다니, 지역 경제가 파탄날 지경이라니, 아무생각 없이 읽다가 눈물이 날 뻔했다. 두유 한 잔을 마셨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읽어보니, 이상한 기사다. 다주택자들이 실수요 목적인 집은 놔두고, 투기 목적으로 산 집은 팔고 있다는 이야기다. 매우 자연스러운 과정인데, 자극적인 문구로 수식하니, 뭔가 문제 있는 것처럼 보인다.


권대중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방 중소도시의 부동산 시장은 외지인 수요가 빠지면 지탱되기 힘든 구조”라며 “2주택자는 무조건 투기로 규제하면서 지방에선 ‘유령 도시’가 속출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_한국경제 「"세금 무서워 고향집 내놨습니다"…지방 부동산 '초토화'」 2020-11-01 기사


권대중의 주장은 더 이상하다. 외지의 투기꾼들이 지방 부동산 가격을 띄우고 있었는데, 그게 빠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투기 수요가 빠지면 지탱되기 어려운 정도로 가격에 거품이 낀 것이다. 투기꾼이 빠지면 유령도시가 된다는 논리도 아주 신선하다. 실수요자, 원래 주민들은 유령인가.



부동산 쇼핑


이런 책도 판다. 회원은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제목은 「나는 마트 대신 부동산에 간다」. 아파트 15채로 시세차액을 얻으며 '선한 부자 프로젝트'라는 블로그도 운영하는 부동산 강사의 책이다. 선한 부자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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