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밀란 쿤데라 「느림」
"또 뭘 꾸미고 있죠? 소설?" 염려스러운 듯, 그녀가 묻는다.
나는 머리를 조아린다.
"종종 당신은 내게 언젠가는 단 한 마디도 진지하지 않은 그런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했어요. 다신의 즐거움을 위한 그런 거대한 장난질을. 그때가 온 게 아닌지 두렵군요. 다만 당신에게 이렇게 경고하고 싶어요. 조심해요."
나는 머리를 더 한층 낮게 조아렸다.
그는 그녀의 "그래"를 들으나 여전히 갈증을 느낀다. 그녀는 요정처럼 순결해 보이며 그런 그녀가 제 입으로 이렇게 내뱉는 소리를 듣고 싶은 것이다. "똥구멍"
그는 그런 말을 발설하는 요정의 입이, 정말 미치도록 보고 싶은 것이다! 그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날 따라해 봐, 똥구멍, 똥구멍, 똥구멍. 하지만 그는 감히 그러지 못한다.
속도는 기술 혁명이 인간에게 선사한 엑스터시의 형태다. 오토바이 운전자와는 달리, 뛰어가는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육체 속에 있으며, 끊임없이 자신의 물집들, 가쁜 호흡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뛰고 있을 때 그는 자신의 체중, 자신의 나이를 느끼며,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자신과 자기 인생의 시간을 의식한다. 인간이 기계에 속도의 능력을 위임하고 나자 모든 게 변했다. 이때부터, 그의 고유한 육체는 관심 밖에 있게 되고 그는 비신체적, 비물질적 속도, 순수한 속도, 속도 그 자체, 속도 엑스터시에 몰입한다.
그들 밤의 첫째 단계의 끝. 기사가 지나치게 의기양양해하지 않도록 그에게 동의해 준 그 입맞춤이 또 다른 입맞춤에 이어졌고, 입맞춤들이 <빨라졌고, 간간이 대화를 중단시켰고, 그것을 대체해 버렸다......>. 한데 그녀가 몸을 일으키더니 길을 되돌아 가기로 결심하지 않은가.
이보시오, 우리는 우리가 태어나는 시기를 선택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우리 모두가 카메라의 시선 아래 살고 있소. 이제 그것은 인간 조건에 속하는 거요. 우리가 전쟁을 할 때조차도, 카메라의 눈 아래에서 합니다. 그리고 그 무엇에 대해서 항의하고자 하건, 카메라 없이는 우리의 주장을 남들이 듣도록 하지 못해요. 우리 모두가, 당신이 말하는 그 춤꾼들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