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머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원댄싱머신 Sep 25. 2020

추석이란 무엇인가

 _김영민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수필 잘 쓰는 작가를 여럿 안다. 강이슬, 문보영, 최민석을 좋아한다. 나도 이렇게 글을 쓰고 싶다, 부러워 하기도 했고, 그렇게 할 자신이 없어서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러다 얼마전에 더 많이 부럽고, 더 많이 원망스러운 작가를 만났다. 바로 김영민이다.



그의 글에는 구조가 있다. 친구 이야기를 하다가 추석 이야기를 하는데, 둘이 교모하게 겹쳐진다. 별 이야기를 하다 대학 이야기를 하면, 또 이 둘이 절묘하게 겹쳐진다. 구조의 미다. 겹쳐지는 논리가 절묘해서 전율이 느껴질 정도다. 이건 마치


박민규의 글을 읽는 것 같다.


라면을 먹다 라면이 내가 되고, 치킨을 먹다 치킨이 사랑이 되고, 삼천포에서 야구를 하다 삼천포에 빠지는 박민규의 글을 읽다 보면, 소설가의 위대함에 몸서리를 치게 된다. 나는 소설은 못 쓰겠군, 금방 마음을 접게 된다.


마찬가지로 김영민의 밑도 끝도 없는 비유에 빠져들면, 칼럼 작가에게 이질감과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 나는 칼럼은 못 쓰겠군, 금방 마음을 접게 된다.



여기 읽어보라고, 김영민의 위대함에 경배드리라고 신나 자랑하고 싶지만, 구조가 아름다운 거라서, 글 전체를 읽지 않으면, 제대로 감탄할 수 없다. 일부만 간단히 인용하고, 대신 칼럼 링크를 붙인다.


이제 공동체는 개인의 고독을 인정한 위에서만 건설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더러움을 찾아 떠나는 무심한 로봇청소기처럼 앞으로 나아갈 때다.
사람은 결국 죽는다는 게 인생에 대한 스포일러라면, 진리를 결국 다 알 수 없다는 게 학문에 대한 스포일러입니다. 요컨대, 진리를 알기 위해서라기보다 자신의 무지를 깨닫기 위해서 학문을 하는 셈이죠.
밥을 먹다가 주변 사람을 긴장시키고 싶은가. 그렇다면 음식을 한가득 입에 물고서 소리 내어 말해보라. "나는 누구인가."
따라서 나는 차라리 소소한 근심을 누리며 살기를 원한다. 이를테면 '왜 만화 연재가 늦어지는 거지', '왜 디저트가 맛이 없는 거지'라고 근심하기를 바란다. 내가 이런 근심을 누린다는 것은, 이 근심을 압도할 큰 근심이 없다는 것이며, 따라서 나는 이 작은 근심들을 통해서 내가 불행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 별다섯개로 부족하다. 최고의 글이고, 최고의 칼럼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