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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Sep 30. 2020

당수치가 올라간다


위 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나는 선배라는 호칭이 신경쓰인다.


아주 오래 전, 군대에서 제대하고 복학했을 때 이야기다. 후배들과 같이 팀플을 하고 과생활을 하면 선배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분명 예전에도 선배라고 하는 후배, 오빠라고 하는 후배가 있었다. 큰 차이를 느낀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제대하고 나오니, 오빠라는 단어가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었다. 반대로 선배라는 단어는 그렇게 억울할 수가 없다. 오빠라고 불릴 수 있는 기회를 한번 날린 거 아닌가?


기회비용은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폰 비저가 만든 용어다. 어렵게 말하면, 하나의 대안이 선택되었을 때 다른 대안들에서 얻을 수 있는 잠재적 이익의 상실이다. 누가 선배라고 부르는 순간, 어쩌면 다가올 수도 있었던 잠재적 달콤함은 상실된 것이다.


오빠


오빠라는 단어는, 한 번 들으면 당수치가 쭉쭉 오른다. 이것 때문에 당뇨병에 걸린 사람도 여럿 봤다. 아무리 가진 게 많은 사람이라도 오빠 만큼은 챙기려고 한다. 얼마전 이모씨가 프로포폴을 투약했다는 의혹 기사가 났다. 연예인 이야기였다면, 기자들이 몰려들어 가족과 친구들까지 탈탈 털었을텐데, 신기할 정도로 기사가 안 나온다. 뉴스타파만 보도했다. 언론사 기자들을 벌벌 떨게 만드는 이모씨도 오빠라는 말은 듣고 싶었나보다. (나도 무서워서 가명으로 처리 ㄷㄷ) 그가 간호사에게 보낸 문자는 아래와 같다. (정확히는 라인 메시지)


이:일단 이부회장이라고 부르면 혼낼거야
이:오빠
이:질문 하나. 오늘 원장님 안 오셨지? 둘. 내가 오늘 약속 안 지켰지?^^
간:풉ㅋㅋㅋㅋㅋㅋㅋㅋ
간:우유먹다가 뿜을뻔 ㅋㅋㅋㅋㅋㅋㅋㅋ
간:네네 오빠
 _뉴스타파 「이재용 삼성 부회장 ‘프로포폴 투약 의혹’ 공익신고」 2020-02-13 기사


우리의 소중한 당수치를 위해서, 앞으로 선배라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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