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벅을 원래 좋아하긴 하지만. 가끔 지겨워서 다른 곳을 가려다가도 발길을 돌리는 건, 두유 때문이다.
젖당을 소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유를 먹으면 바로 화장실에 가는 순발력에 비해, 이해도는 매우 느렸다. 어린 시절 콘푸로스트를 좋아해서 자주 먹었다. 그만큼 자주 화장실에 갔는데, 그게 우유 때문인 줄 안 건 스물한 살 때였다. 스물하나. 모유 먹은 시기를 제외하면, 사실상 스무 해나 우유를 잠시 머금고 있다 화장실로 옮겨왔던 셈이다.
스무 해째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지인이 물었다. 배 아파? 응. 우유를 먹어서 그런가 배가 아프네. 일단 입으로 뱄고 뒤이어 이해했다. 그렇군... 나는 우유 먹으면 화장실에 가는군... 나중에 알고보니,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저는 입에서 항문까지 고속도로가 생긴 줄 알았습니다. 그냥 시원하게 흘러가더라고요. '고속도로 상황실, 여긴 입이다, 지금 음식물 하나 보내려고 한다. 고속도로 상황은 어떤가.' '고속도로 상황실이다. 식도만 넘어가면 여긴 뻥 뚫렸다. 물 흐르듯 지나갈 테니 마음껏 내려와라.
_김중혁 「나는 농담이다」
다수의 목소리는 쩌렁쩌렁 울린다. 소수의 목소리는 거의 안 들린다. 어쩌면 열명 중 하나는 게이일 거고, 어쩌면 스무명 중 하나는 왼손잡이 일거고, 어쩌면 일곱명 중 하나는 우유를 못 마실 텐데. 사람들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스무해 동안 몰랐던 나처럼, 계속 모르고 있다.
사람들은 소외당하는 것을 영원히 두려워하며 산다. 그리고 어떤 의견이 커지고 어떤 의견이 줄어드는지를 알기 위해 환경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만약 자기의 생각이 지배적인 의견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공개적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하고, 자신의 견해가 지지기반을 잃고 있다고 판단되면 의견을 감추고 조용해지게 된다. 한 집단은 자신 있게 의견을 표출하는 반면 다른 집단은 입을 다물기 때문에 전자는 공적으로 강하게 나타나고 후자는 숫자보다 약해지게 된다.
_노엘레 노이만(김우룡 엮음) 「커뮤니케이션 기본이론」
왜 우유 대신 두유를 먹는 사람이 적을까. 왜 우유를 두유로 바꿔주는 카페가 적을까. 혹시 나만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아래 글은 두유카페 검색한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