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이 많아진 세상이다. 생활고를 토로하는 연예인들의 모습이 잊을만하면 한번씩 등장한다. 그만큼 연예인들이 많아진 걸까. 정확히 말하면 방송사가 많아졌다. 이명박 정권에서 특혜를 줘가며 방송사를 늘렸다. 적자를 보면서도 우격다짐으로 버티는 방송사가 많다. 언론은 권력이기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손을 놓을 수 없다. 게다가 마침 단체 패널이 나오는 게 유행이다. 연예인이 스무 명, 서른 명나온다.
한 때 잘 나갔던, 지금은 거의 잊혀진 아이돌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있다. 백지영이 나와서 그런지, 제목은 「미쓰백」이다. 요즘 아이돌은 잘 모르지만, 과거 아이돌은 조금 익숙하다. 잊혀진 아이돌이 나오는만큼 프로그램의 초반은 이들의 안타까운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보통 연예인의 아픈 모습 하면, 정신병 혹은 생활고를 보여주는데, 역시나 둘 다 나온다.
(아이돌 디아크 출신) 유진은 배달 알바를 한다. 어플로 주문을 받으면 식당에서 요리를 챙기고 길을 해매다 우여곡절 끝에 배달을 마친다. PC방 알바도 한다.
(아이돌 나인뮤지스 출신) 세라는 수입이 없어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고, 더이상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좌절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아이돌 스텔라 출신) 가영은 카페에서 알바를 한다. 아이돌 시절 강요된 노출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서, 몸을 가리는 긴 옷만 입고 다닌다.
(아이돌 에프터스쿨) 레이나는 일이 없다. 일이 없어서 하루종일 게임만 한다. 밤을 새고 날이 밝으면 침대에 눕는데, 침대에서도 모바일 게임을 조금 더 하고 잔다.
평소에 아이돌 노래는 듣지도 않으면서 예능은 잘도 찾아본다. 재미있다. 깔깔 거리는 와중에도 불편한 부분이 있다. 패널로 나온 송은희, 백지영의 시선이다. 이들을 너무 불쌍하게 본다. 아이고, 아이돌이 알바를?! 연예인이 알바를 하면 불쌍한 건가? 눈물을 뚝뚝 흘리는 송은희와 백지영의 마음씨는 곱지만, 따뜻한 공감의 아래를 뒤적여 보면, 차별적인 시선이 놓여있다.
다 이렇게 산다. 나도 그렇게 살고, 내 주위 사람들도 그렇다. 부족하면 알바를 하기도 하고, 여유가 생기면 가끔 사치를 부리기도 한다. 잊혀진 연예인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것까지는 좋지만, 비연예인과 비슷한 삶을 산다고 해서 불쌍하게 여길 필요는 없다. 비연예인의 삶은 불쌍한 게 아니다.
불쌍하게 연출된 연예인에게 응원의 말을 해주고 싶다. 잘 살기를 응원한다. 다시 화려한 삶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는 게 아니다. 비연예인의 삶을 살아도 잘 살 수 있다. 이렇게 살 수도 있고 저렇게 살 수도 있다. 어떤 삶이든, 그 삶을 응원한다.
명심해라 딸. 어디든 너를 부르는 곳으로 자유로이 떠나기 위해서는 네가 출석해야 하고 대답해야 하는 그보다 많은 날들이 그 밑바닥에 깔려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야. 매일 내딛는 한 발짝이 진짜 삶이라는 것을. 엄마는 그래서 좀 춥지만 어쨌든 내일은 수영장에 가 보려고 해. 엄마도 출석을 해야겠지. 자, 오늘도 좋은 하루! _공지영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