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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Dec 27. 2020

정부여당의 신년운세2021

여자친구가 톡으로 이걸 보냈다. 신년운세 2021. 아직 2020년이 가지 않았지만, 궁금했나 보다. 나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었다.



그리고 신념이 강하고 마음이 올곧아서 어떤 일에 대해 한번 결정하고 나면 웬만해선 쉽게 바꾸지 않습니다. ... 그러나 의외로 게으르며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판단력이 조금 부족한 경향이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맞다. 100%는 아니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문장들이 있다.


나는 고집이 세다. 마음 먹으면 꾸준히 하고, 남들 의견은 듣지 않는다. 언제나 내 결정에 만족하지만, 사실 객관적으로 따져봤을 때 좋은 선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여자친구와 자주 다툰다. 어제만 해도 영어 공부를 하겠다고 다투었다. 중국어 시험을 먼저 보라는 여자친구의 말을 듣지 않고 고집부렸다.


'지금 마침 영어 공부하려고 책도 샀다고!!'


책은 샀다. 영어공부 한다고 이야기는 해놓고 아직 시작은 안 했다. 나는 중국어를 잘 하기 때문에, 조금만 준비하면 시험은 문제 없다. 반면 영어는 중학교 때 제일 잘했다. 리즈 시절로 돌아가려면 다시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최후까지 저항을 하다, 결국 중국어 시험을 보기로 결정되었다.


과연 신년운세에 나온 것처럼, 나는 고집이 세고 완강하지만 판단력은 부족한가 보다.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토마토를 우걱우걱 먹으며 토마토 뉴스를 읽었다. 온통 검찰개혁을 둘러싼 논란이다. 정부여당은 어떻게든 공수처를 만들어서 검찰을 개혁하려고 하고 있고, 검찰은 저항한다. 야당은 힘이 없으니 욕만 하고 있다.


갈등은 좋은 거다. 문제와 해결책이 만나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면 우당탕탕 시끄럽다. 문제는 이 우당탕탕이 서초동에서만 들리는 거다. 서초동 법원 앞에서만 시끌벅쩍하고 떠들고, 더 중요한 문제는 나몰라라다.


과잉대표


검찰개혁 문제가 중요한가? 부동산 문제가 훨씬 중요하다. 정치적 의제를 설정하는 사람은 전부 임대인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임차인 입장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삶을 더 힘들게 한다. 반대로 나는 살면서 단 한 번도 검찰 문제 때문에 힘들어 본 적이 없다.


더 좋은 사회가 되려면 어떤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할까. 부동산, 입시, 육아, 취업, 지역격차, 성평등 등등 여러가지 분야가 있을 거다. 검찰 개혁이 이 모든 문제를 덮을 만큼 중요할까. 그렇지 않다. 검찰 개혁은 과잉대표되고 있다.



정부여당, 이른바 진보 정치인이 왜 이런 걸까. 나처럼, 고집은 세고 남들 의견을 듣지 않지만, 판단력이 떨어지기 때문일까.


그리고 신념이 강하고 마음이 올곧아서 어떤 일에 대해 한번 결정하고 나면 웬만해선 쉽게 바꾸지 않습니다. ... 그러나 의외로 게으르며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판단력이 조금 부족한 경향이 있습니다.


그보다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일 거다.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다들 임대인이다보니, 임차인의 삶을 모른다. 이걸 어려운 말로 '가용성 편향'이라고 한다. 간단히 말해, 자신의 삶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서민의 삶은 상상하지 못하는 거다.


비슷한 계급의 사람들이 끼리끼리 어울리는 물의 영향을 받다보면 비슷하지 않은 사람들의 사정을 헤아리기 어렵다. 강남 좌파는 거시적이고 추상적인 진보의 가치를 역설하는 데엔 능하지만, 서민의 절박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엔 무관심하거나 무능할 가능성이 높다.
 _강준만 「강남좌파2」


전세


서민에게는 검찰보다 임대인이 더 무섭다. 부동산 중에서도 임차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전세다. 최근 전세 시장의 특징은 크게 2가지다.


① 매물이 줄었다.

② 가격이 올라갔다.


매물이 준 것은 정부가 의도한 바다. 2년마다 쫓겨나는 걸, 4년까지 쫓겨나지 않도록 막았으니, 당연히 매물은 줄어든다. 정책이 성공했다. 반면, 가격이 올라간 건 시장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건 정책 실패다. 집값이 오르면 여기에 연동되어 있는 전세값은 자연스럽게 오르는데, 집값이 오르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전에 자세히 밝힌 바 있으니 생략하겠다.


신년운세


고집 세고 남들 말 듣지 않고 판단력은 떨어지는 정부여당을 보면, 안타깝다. 남일 같지 않다. 정부여당도 나처럼 여자친구에게 한번 혼쭐나봐야 한다. 아니면 신년운세라도 찾아보길 추천한다. 잘 하고 있는지, 잘못 하고 있는지, 스스로는 몰라도, 신년운세 2021은 알고 있다. 지금이 검찰 문제로 싸울 때인가.




아래는, 최근 몇년간 집값이 왜 이렇게 많이 올랐는지 원인을 분석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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