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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Dec 29. 2020

솔직한 욕망을 들여다본다

커피를 마시면서, 조선일보를 본다. 역시 아침엔 조선일보지.


커피 포트는 끓고 있고, 부동산 가격은 오르고 있다. 기대했던 것보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유럽에서는 일반적인 해법이나,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혐오하기 때문에 생소할 수밖에 없다. 합정역에 위치한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메세나폴리스에는 임대주택과 일반주택이 나누어져 있다. 출입문도 따로 만들고, 엘리베이터도 따로 사용한다.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심지어 연결되지 않도록 통로를 막기까지 했다.



조선일보는, 한 발 더 나아가,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기피현상을 부추긴다. 매입하는 게 이득이고,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는 건 손해라는, 아주 간단한 논리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부동산 전문가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근로 소득도 정체된 상황에서 젊은층이 자산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주택을 마련해 월세 등 소모성 지출을 줄이고, 이후에 집값이 오르면 처분하는 것뿐"이라면서 "보증금을 그대로 돌려받는 임대주택이나 전세 거주자는 무주택 기간의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자산 가치가 오히려 감소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_조선비즈 「자가수요는 뒷전, 임대에만 힘싣는 정부」 2020-09-01 기사


조선일보만의 일방적인 주장은 아니다. 나를 포함해서, 사람들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임대주택 보다는 매매를 원한다. 똘똘한 한 채를 원한다.


공공임대 확대는 실현 가능성도 의문이지만 수요자가 원치 않는 해법이다. 대다수 무주택자는 공공임대보다 자가 아파트를 원하고 있다.
 _조선일보 「대통령 임대주택 발언에 국민 분노, 靑은 그 이유 아나」 2020-12-14 사설


우리의 속마음


조선일보의 일관적인 주장도 그렇다. 공공임대주택은 수요자가 원하는 바가 아니라는 거다. 필요 이상으로 솔직한 조선일보는 말한다. '세입자가 원하는 건 역세권 아파트다. 임대주택, 공공주택, 변두리빌라 다 필요없다.' 아주 노골적이지만, 우리의 속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의 욕망은 옳은가. 우리가 만약 옳다면, 정부는 우리의 욕망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겠다. 과연 그런가.


자기애


'우리가 옳다, 우리가 원하는 게 옳다'는 착각은 자기애의 흔적이다. 민주주의는 자기애에서 시작되었다. 남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르지 않고 내가 직접 참여해서 결정하겠다는 게 민주주의다. 민주주의가 발달된 사회에서 자기애적 땡깡이 종종 벌어지는 것도 자연스럽다. 다시 우리의 욕망으로 돌아가보자. 우리가 욕망하는 건 그냥 집인가. 무주택자들이 한탄하며 내뱉는,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다!! 라는 외침은 정말 우리의 속마음을 대변하고 있는가.


우리의 솔직한 욕망


우리가 원하는 것은 로또다. 부동산으로 바꿔서 말하자면, 남들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저평가된 우량 주택을 나만 발견해서 저렴하게 사고, 크게 시세차익을 남기고 파는 거다. 남보다 이득을 보고 싶은 거다. 이게 사람들의 솔직한 욕망이라면, 이걸 정부에서 채워줘야 하는 게 맞나?


영화 「브루스올마이티」에서는 주인공 짐캐리가 신이 되어서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준다. 소원이 이루어졌으니 좋은 걸까. 문제는, 전부 들어주었다는 거다.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40만명의 1등 당첨자는 각자 17달러의 상금을 받게 된다. 사람들은 소원이 이루어졌다며 감사하기는 커녕, 조선일보처럼 폭동을 일으킨다.


우리의 솔직한 욕망을 정부에서 들어주는 게 정말 옳은가


다시 처음로 돌아가보자. 조선일보가 말하는대로, 사람들은 임대주택을 원하는 게 아니다. 똘똘한 한채를 가지고 싶어한다. 그걸 정부에서 도와줘야 할까. 정부가 청담동에 중형 아파트 천만채를 지어서 공급한다면 그게 바람직한 도시계획이 되는 걸까. 도시과밀의 문제점만 커지는 건 아닐까. 모든 사람들이 서울대에 가길 원하니, 서울대 정원을 스무배 정도 늘린다고 하면, 바람직한 입시 제도인 걸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니, 의사 정원을 늘리고, 회계사 정원을 늘리면 되는 걸까.


의사와 회계사 정원은 늘리는 게 맞다.


나와 잠자리의 갈등 1

다른 곳은 다 놔두고
굳이 수숫대 끝에
그 아슬아슬한 곳에 내려앉는 이유가 뭐냐?
내가 이렇게 따지듯이 물으면

잠자리가 나에게 되묻는다
너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느냐!

 _안도현 「그리운 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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