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만 그런 게 아니다. 그의 글을 보면, 작은 자연이 큰 자연보다 더 씩씩하고 활발하다는 느낌이 든다. 소재가 곧 주제다. 작은 나무 하나로 커다란 이야기를 해낸다.
바람이 부는 까닭
바람이 부는 까닭은 미루나무 한 그루 때문이다
미루나무 이파리 수천, 수만 장이 제 몸을 뒤집었다 엎었다 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흔들고 싶거든 자기 자신을 먼저 흔들 줄 알아야 한다고
_안도현 「그리운 여우」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가 있다. 나무가 스스로 흔들고 있다고 적으며, 안도현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오늘도 부동산 뉴스를 보면서 한숨을 푹푹 쉬었다. 이 나쁜 투기꾼들... 이놈들 때문에 전셋집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 하며 욕했다. 마음 한편에서 조용히 자라나는 부러움은 못 본 척했다. 내가 돈이 있었으면, 내가 정보가 있었다면, 나는 땅 투기, 아파트 투기 안 했을까? 부러운 마음이 드는 이유를, 나는 사실 알고 있다. 투기 바람을 만든 건, 나와 같은 마음이다.
세상을 욕하기는 쉽다.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고 가만히 앉아 욕하는 것도 쉽다. 어려운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