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머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원댄싱머신 Jan 11. 2021

바람이 부는 까닭

 _안도현 「그리운 여우」

연탄재(너에게 묻는다)와 간장게장(스며드는 것)으로 유명한 안도현이다. 오늘은 창비에서 나온 「그리운 여우」를 펼쳐보았다. 연탄재가 뭔지 기억이 안난다면...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_안도현 「외롭고 높고 쓸쓸한」


안도현의 글에는 자연이 자주 등장한다. 너무 많이 등장해서, 가끔은 글 속에 자연이 있는지, 자연 속에 글이 있는지 헷갈린다. 거대한 자연 이야기도 하지만 작은 자연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이를 테면, 꽃 한송이 나무 한그루 새 한마리에 대한 시가 많다.



소재만 그런 게 아니다. 그의 글을 보면, 작은 자연이 큰 자연보다 더 씩씩하고 활발하다는 느낌이 든다. 소재가 곧 주제다. 작은 나무 하나로 커다란 이야기를 해낸다.


바람이 부는 까닭

바람이 부는 까닭은
미루나무 한 그루 때문이다

미루나무 이파리 수천, 수만 장이
제 몸을 뒤집었다 엎었다 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흔들고 싶거든
자기 자신을 먼저 흔들 줄 알아야 한다고

 _안도현 「그리운 여우」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가 있다. 나무가 스스로 흔들고 있다고 적으며, 안도현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오늘도 부동산 뉴스를 보면서 한숨을 푹푹 쉬었다. 이 나쁜 투기꾼들... 이놈들 때문에 전셋집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 하며 욕했다. 마음 한편에서 조용히 자라나는 부러움은 못 본 척했다. 내가 돈이 있었으면, 내가 정보가 있었다면, 나는 땅 투기, 아파트 투기 안 했을까? 부러운 마음이 드는 이유를, 나는 사실 알고 있다. 투기 바람을 만든 건, 나와 같은 마음이다.


세상을 욕하기는 쉽다.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고 가만히 앉아 욕하는 것도 쉽다. 어려운 건...



★★★★ 쉽고 간단하면서 기억에 남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개운한 슬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