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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May 18. 2021

노트북 때문이라고

평정을 유지하기 힘들다. 원래 웬만한 사건사고에 감정이 흔들리지 않는 편이다. 국정농단, 민간인 사찰, LH사건도 허허 웃어넘기는 대인배인데, 분노에 휩싸여 진정이 되지 않는다.


열심히 쓴 게 다 지워졌다. 얼마나 기억이 날까. 다시 써볼까. 내가 김훈도 아니고 박민규도 아니고, 끄적인 거라고 해봐야 낙서고, 일기다.


그래도


속에서 천불이 난다. 하루하루 쉬지 않고 달려야, 언젠가 나도 김훈이 되고 박민규가 될 터인데, 오늘 또 넘어진 셈이다.


언젠가 화병*이 나 죽게 된다면..

그건 나를 뽑지 않은 문학상 심사위원 탓도 아니고,

내 투고를 받아주지 않은 출판사 편집자도 아니고,

내 책을 사지 않은 독자도 아니고,

밑도 끝도 없이 꺼져버리는 노트북 때문이라고, 미리 유서를 써둔다


에라, 이놈의 싸구려 노트북!!




화병 : 꽃 꽂는 병 아니다. 흔히 홧병이라 적는데, 틀린 표현이다. 火도 한자어, 病도 한자어다. 한자어 둘이 만나면, 사이시옷이 붙지 않는다. 세로토닌의 분비가 줄어들고, 우울감, 불면,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거나 노트북을 업그레이드하면 도움이 된다.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SSRI나 NDRI 등 약물 치료도 효과가 있다.




01 노트북 때문이라고

02 나아지지 않는 노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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