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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May 19. 2021

나아지지 않는 노트북

앞 글에서 이야기한 대로, 노트북이 꺼졌다. 애써 적은 내용이 날아갔다.


노트북을 확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을 겨우 다스리고 잤다. 다음날 다시 차분히 글을 쓴다. 한 문장 쓰고 저장, 다시 한 문장 쓰고 저장을 누르며, 천천히 시작한다.


HP에서 나온 보급형 노트북이다. 좋게 말해 보급형이지, 직설적으로 말하면 싸구려다. 작고 파랗게 나와서 이쁘지만, 무겁고 느리다. 하드용량이 너무 작고, 속도도 느려서, 업그레이드를 하려고 세운상가를 찾아갔다. 담당자의 대답은 불가. 보급형 노트북은 부품을 넣고 뺄 수 없게 만들어진단다. 업그레이드가 안 되는군요..


그래, 어차피 메모장만 쓸건데..


그렇게 메모장만 2년 넘게 쓰고 있다. 조금 많이 느린 걸 제외하고는 notepad.exe를 잘 사용하고 있었는데, 가끔 사고가 난다. 저장하는 걸 까먹었다가 노트북이 먹통이 되면 유서를 쓴다.


에라!!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노트북을 붙잡고 하소연을 해보고 욕을 퍼부어 봐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내가 지금 노트북 핑계 댈 처지인가. 작은 메모장 하나를 채우지 못해, 땀을 뻘뻘 흘리고 이리저리 하소연하고 술을 벌컥벌컥 마셔대는 건, 나다. 고성능의 퀀텀 CPU에다 슝슝 돌아가는 RAM을 장착하면 뭐하나. 메모장 하나를 못 채우는데.. 메모장 2~3개를 띄워놓으면 노트북이 좀 느려질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오늘 차분히 글을 쓴다고, 한 문장 쓰고 저장, 다시 한 문장 쓰고 저장을 누른다고 위에서 거짓말했다. 거짓말이다. 사실, 한 문장 쓰고 저장, 그걸 지우고 저장, 지운 문장을 다시 쓰고 저장.. 의 반복에 불과했다. 그렇게 쥐어짜낸 글은 지우기 전과 비교해서 딱히 나아지지 않는다. 업그레이드가 안 되는군요...


깜빡이는 커서를 바라본다.



01 노트북 때문이라고

02 나아지지 않는 노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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