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내 꿈은 변호사였다. 나중에 뭐가 되고 싶어? 기대 가득한 표정의 물음은 무언가를 요구하고 있었다. 변호사가 정답이라는 걸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본능적으로 기대에 부응하는 대답을 하곤 했다. 부모의 만족스러운 표정을 자아내는 걸 꿈이라 부른다면, 분명 내 꿈은 변호사였다.
어린시절, 나는 하루종일 게임만 했다. 게임하는 걸 코로나 걸린 것처럼 멸시하던 시기라, 게임을 더 많이 하는 게 꿈이에요!! 라고 말하지는 못했다. 이미 육체가 허용하는 만큼 하고 있었으니, 아마 더 많이 했으면 죽었을 거다. 잠을 줄여가며, 죽을 때까지 게임을 하는 게 꿈이었다.
그리고, 중학교에 가면서 게임을 끊었다. 금단증상 하나 없이 관뒀다. 어떻게 하루아침에 그만둘 수 있었을까. 지금 생각해도 놀랄 일이다. 신나게 게임을 하던 국민학교 시절, 그리고 초등학교 시절, 나는 생각했다. 이것도 이게 마지막이겠지. 어디서 주워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중학교는 공부하는 곳으로 여겼다. 미리 단념했다. 현실적 한계를 인식하고 그에 걸맞은 꿈을 꾸는 게 어른이라 한다면,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나는 어른이 되었다. 어린시절 내 꿈은 죽을 때까지 게임만 하는 변호사인 셈이다.
죽는 것도, 게임을 하는 것도, 로스쿨을 준비하는 것도 시간이 걸린다. 어른이 되어버릴 만큼 많은 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