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
정치는 상징이다. 세력이 상징하는 바가 있고 인물이 상징하는 바가 있다. 상징은 때로 빼앗기도 하고 빼앗기기도 한다.
민주당은 오랜 기간 진보와 유연의 상징이었다. (팩트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지다.) 정의당이 진보의 상징을 빼앗자, 선한 이미지의 문재인을 내세워 온화함을 상징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보수당(현 국민의힘)은 주로 극우나 적폐의 상징이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말한다.) 이명박을 내세워 개발과 성장의 상징을 가져오기도 했으나, 박근혜와 최순실이 극우와 적폐를 되찾아왔다. 그리고 지금 새로운 상징을 차지하기 위해 고군분투중이다.
이준석
국민의힘은 현재 당대표 선거를 준비중이다. 신기하게도, 항상 박근혜 키즈라며 애 취급당해온 이준석이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다. 심지어 당원 투표에서도 압도적 1위다. 당 전체가 새로운 상징을 얼마나 원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앞으로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아니면 돌풍이 그대로 당대표 당선으로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정세균
재미있는 일이 하나 더 발생했다. 민주당이 스스로의 상징을 버리고 있다. 대권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정세균이 '장유유서'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에는 장유유서의 문화가 있어서 이준석이 당대표가 되면 어려움이 많을 거라며 비하했다. '나이도 어린 게 버르장머리 없이 권력을 잡으려고 말이야~'를 줄여서 말하면 장유유서다.
어르신이 선호하는 보수당에 젊은 정치인이 없는 건 자연스럽다. 상대적으로 젊은 이미지인 민주당에 젊은 정치인이 없다는 건 좀 이상하다. 20대 국회의원은 2명뿐인데, 정의당의 류호정과 더불어시민당의 전용기다.
꼰대
그 이유가 밝혀졌다. 정세균 같은 꼰대 때문이다. 그동안 보수당에서 이준석을 무시했던 게 바로 꼰대 문화, 장유유서 문화였다. 보수당이 여기에서 벗어나려고 고군분투하는 와중에, 민주당이 먼저 나서서 장유유서를 빼앗았고, 자신의 상징으로 삼았다. 그야말로 꼰대 선언이다.
이준석이 그대로 당대표가 되면, 보수당은 낡은 이미지를 세탁한다. 안철수 대신에, 합리와 미래의 상징을 가져간다. 대신, 꼰대와 적폐의 상징은 민주당이 가져간다. 박근혜와 최순실이 보수당에 선물한 걸, 정세균이 민주당에 선물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선물을 받을 것인가..
선물하기에 적당한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