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정치머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원댄싱머신 May 28. 2021

훈수나 두고 있는 정치인

더라이브를 봤다. KBS 시사예능 프로그램이다. 보니까 코너 이름이 「내 꿈은 훈수왕」이다. 제목은 참 잘 짓는다. 이재오와 박지원이 나오다 인원이 교체되어서 이석현과 이재오가 나왔다. 이석현의 민주당의 다선 정치인이고, 이재오는 한때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했던 정치인이다. 이 둘이 티브이에 나와서 훈수나 두고 앉아 있다. 한심하고 어이가 없어서 글을 적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인과 유권자


정치인은 정치인의 역할이 있다. 유권자, 즉 국민은 국민의 역할이 있다. 국민은 툴툴거린다. 부동산 가격이 너무 비싸다.. 코로나 때문에 힘들다.. 지역에 일자리가 없다.. 소상공인 경기가 힘들다.. 다들 나름의 이유로 힘들어하고 정치인 욕으로 마무리 짓는다. 그럴 수 있다.


정치인은 실행한다. 부동산 가격이 문제라고 판단했으면 둘 중 하나 결정을 내려야 한다. 수요를 조절할 것인지, 공급을 조절할 것인지. 전자의 경우라면 보유세나 수도이전을 이야기할 것이고, 후자의 경우라면 신도시 건설이나 재건축 기준 완화를 주장할 것이다. 코로나 대응이 문제라고 판단했다면, 단계를 상향시켜 단기적인 폭풍을 감내하자고 주장하거나, 단계를 낮춰서 경제적 충격을 줄이자고 주장할 것이다. 어떻게 판단하든 나름의 문제의식과 해결방안이 있을 것이다. 정치인이라면 그럴 것이다. 그러면 그걸 해내면 된다. 정치인은 권한과 능력이 있기 때문에 실행할 수 있다.


실행


정말 자신의 신념을 그대로 실천하는 정치인들이 마나 될까. 현실의 정치인은 정당의 거수기에 불과하다. 사실상 직장인이다. 여당이 증세를 주장하면 여당은 감세를 주장하게 된다.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티브이에서 체통 차리며 훈수를 두는 이재오는 양당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티브이에서 에헴 하며 훈수를 두는 이석현은 국회 회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말 문제라고 생각하면 바꾸면 된다. 정작 국회에서는 아무 역할 못하고 있다가, 카메라만 돌아가면 거수기 아닌 척 발뺌하는 모습이 얄밉다.


역할


부끄럽지는 않은지, 문제가 없는지, 훈수 두고 욕하는 건 유권자의 역할이다. 바꾸거나, 혹은 바꾸지 못하도록 막는 건 정치인의 역할이다. 역할을 헷갈리면 예능이 된다. 더라이브가 시사예능 프로그램인 이유다.


정치 혐오의 부작용은 알고 있다. 혐오에 빠지면 구체적인 내용이 안 보인다. 정치혐오로 언론은 먹고 산다. 그래서 언론에는 구체적인 사실과 논리가 없다. 악플만 남는다. 결과적으로 정치인을 욕하면 내 손해로 돌아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기가 공천을 받 거다.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욕을 하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정세균의 선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