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는 쿨쿨 자고 있었다. 원래 아이와 여자친구는 잘 때가 가장 이쁘다. 말썽도 안 부리고. 흐뭇하게 웃으며 방심하던 찰나, 여자친구의 목이 천천히 움직였다. 어느새 목이 완전히 돌아가 180도가 된 게 아닌가 싶을 때, 입이 천천히 열렸다.
오빠, 바람 피다 걸리면 무슨 벌을 받을 거야!?
응?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인가. 분명 잘 자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심문이 시작되었다.
무슨 말이야? 꿈 꾼거야? 목은 괜찮아?
여자친구는 느릿느릿 달려들어 대답을 요구한다. 억울함을 호소해보지만 끈질기게 달라붙어서 쉽게 놔주지 않을 태세다. 분명 무슨 꿈을 꾼 것 같다.
모르겠어. 그냥 깼는데, 갑자기 오빠가 바람필 것 같았어.
구체적으로 무슨 꿈을 꾸었는지는 기억 못하는 것 같다. 나도 이런 적 많다. 분명 깨어난 직후에는 꿈을 꿨다는 기억이 있는데, 몇초만 지나면 신기하게 기억에서 사라진다. 엄청 슬펐던 기억과 눈물자국만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 영문 모를 슬픈 감정은 조금 더 머무른다.
꿈은 무의식을 반영한다는데, 여자친구가 요즘 걱정이 많은 걸까. 내가 불안하게 만들었을까. 잠이 들어서 80분 정도 지나면 렘수면 상태가 되고, 이 단계에서 주로 꿈을 꾼다고 하는데, 지금 여자친구가 이렇게 많이 잔 건가. 피곤하거나 건강하지 않은 경우 호르몬 분비에 변화가 있어서 혹은 신경전달물질이 뇌에 충분히 공급받지 못해서 악몽을 꾸기 쉽다고 하던데,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걸까. 이번주 운동을 빠져서 그런가.
말해봐. 바람 피다 걸리면 무슨 벌을 받을 거야?!
무슨 벌을 받아야할까. 아니, 무슨 꿈을 꾸었을까.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다음 편은 꿈이 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