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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Jun 18. 2021

매일 맑다면 사막이 되겠지

이 시국에 속초여행 03

속초는 생각만큼 멀었다. 차로 3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다. 목적지를 선택하고 출발하는데, 아내는 이렇게 먼줄 몰랐다고, 1~2시간 거리일 거라고 생각했다고, 속 터지는 고백했다. 속초를 남양주나 양평 정도로 생각한 거다. 서울에서 양평까지 가고, 다시 그만큼 더 가야 속초가 나온다는 사실을, 아내는 내비게이션을 보고 알았다. 나는 장거리 운전을 싫어하기 때문에, 순간 욱하는 마음이 들었다. 허리 아프겠구나.. 하지만 아내는 이미 무계획 여행을 선포했다. 이제와서 뭐라 할 수는 없다. 다음에는 남양주나 양평으로 가자고 이야기할 수밖에.


속초가 어딘지조차 알아보지 않고 여행을 결정하다니, 달라진 서로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강원도하면 꾸불꾸불한 도로가 떠오른다. 보통 5시간 걸렸다. 이제는 달라졌다. 2017년 서울양양고속도로가 뚤린 덕분에 3시간이면 간다. 고속도로 개통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의아했다. KTX로 부산까지 2시간반이면 가는 시대에, 강원도는 왜 이제서야 고속도로가? 왜 진작에 개통하지 못했는지는 쉴틈없이 만나는 터널을 보면서 깨달았다. 단순히 산에 구멍을 낸 게 아니다. 강원도에 구멍을 냈다고 표현하는 게 적절하다. 터널은 산을 뚫고 강원도를 관통해 바다까지 이어진다. 구멍애서 빠져나오니 양양이다. 바로 위가 속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예상대로만 흘러간다면, 삶은 단조로워지고, 기상청이 욕 먹을 일은 없을 거다. 우리나라 기상청의 정확도는 어느 정도일까. 강수적중률은 40%다. 강수정확도는 90%다. 차이가 꽤 크다. 강수적중률은, 비가 온다고 했고, 실제로 비가 오면 적중이라고 본다. 적중이 쉽지 않다. 강수정확도는, 비가 온다고 하지 않았고, 실제로 비가 오지 않으면 정확하다고 본다. 꽤 정확하다.


기상청은 오늘 비가 온다고 했다. 하지만 적중률은 절반이 안되니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결과는 폭우였다. 여행을 가면 항상 비가 온다. 저번에도 그랬다. 여행마다 왜 비가 오냐며 분해하는 아내에게 어디서 주워들은 문장을 던졌다.


매일 맑다면
사막이 되겠지


우와. 맞네. 아내는 맞다며 물개처럼 박수를 쳤다. 「좋아하면 울리는」에 나오는 문장인데, 사실 뒷 문장이 있다.


매일 맑다면
사막이 되겠지
하지만
이렇게 가다간
바다가 될거야
 _천계영 「좋아하면 울리는」


이렇게 가는 우리는, 지금 바다로 가고 있다.




01 오랜만에 여행

02 여행의 시작

03 매일 맑다면 사막이 되겠지

04 호텔보다 에어비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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