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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Jun 19. 2021

호텔보다 에어비앤비

이 시국에 속초여행 04

바닷가 근처의 숙소에 도착했다. 바닷가 근처의 숙소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런 곳 아니다. 그냥 큰 건물이다. 아내가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정했는데, 여기가 참 재미있다.


지하주차장에 들어가 자리를 찾아해매다 좁은 위치를 하나 겨우겨우 찾아서 낑기는 느낌으로 주차했다. 옆차와의 간격이 너무 좁아서 짐을 꺼내기가 힘들다. 잠시 차를 앞으로 빼 짐을 꺼내고 다시 주차했다. 가방들쳐매고 올라가려고 보니, 우리가 아슬아슬하게 마지막이었다. 우리 다음에 들어온 차부터는 자리가 없어서 통로에 대고 있었다. 왜 호텔에 이렇게 주차할 자리가 없지? 의문을 가지고 올라가보니, 이름만 호텔이었지, 사실상 깔끔한 원룸이었다.


뒤늦게 카카오맵에서 검색해보니, 여기 평점이 매우 낮다. 썬라이즈 호텔인데, 굳이 따지자면, 이름만 호텔이다. 가운도 없고, 물도 없다. 사람들의 평은, 고시원 같다거나, 친구네 자취방 놀라온 거 같다는 식이었다. 1층은 호텔 로비처럼 보인다. 가격도 호텔이다. 호텔 가격을 내고 올라왔는데, 원룸이 나타난다면, 좋은 평을 남기기는 어려울 거다.


그런데 우리는 만족했다. 호텔 로비에서 결제하고 올라온 게 아니라, 에어비앤비에서 예약했기 때문이다. 아마 호텔 객실(사실상 원룸)을 개인 투자자에게 분양했을 것이다. 이를 분양형 호텔이라 한다. 시행사에서 투자자를 모아서 호텔을 짓고 아파트처럼 분양한다. 코로나로 인해 숙박전체가 위기지만, 분양형 호텔은 더 심각하다. 전문가가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업종에 대한 인식도, 성수기/비성수기에 대한 분석도, 관리에 대한 노하우도 없다. 중국 관광객이 급증하던 2000년대 초반부터 유행하던 방식이다. 일단 호텔을 지으면 무조건 수익이 날 거라고 믿었던 시기다. 분양을 많이 하려다 보면 객실을 필요 이상으로 늘리게 된다. 식당이나 회의실 같은 부대시설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거나, 고객과 직원의 동선 분리도 안되는 경우도 많다. 처음 투자자를 모집할 때는 '확정수익 연 12%' 이런 식으로 광고하지만, 실적은 형편 없다. 2020년에는 태백에 있는 라마다 호텔 객실 9개가 각 1000만원에 경매로 나왔다. 감정가는 1억원이 넘는 객실인데 1개를 제외한 나머지 8개는 유찰되었다. 태백의 라마다 호텔은 극단적인 예지만, 여기도 사람들의 평을 보면 미래가 밝지 않다.


우리는 속초박하라는 이름의 호스트에게 예약했다. 2박 예약했는데, 이 금액이 호텔로비에 적힌 하루 숙박 비용이다. 일단 가격부터 합리적이다. 호스트의 미적인 감각이 곳곳에 보다. 이쁜 조명과 식기, 소품들이 에어비앤비에서 본 그대로였다. 구조나 가구는 여전히 원룸이지만, 아주 이쁘게 꾸며진 원룸이다.


게다가 추천 리스트.


숙소 근처의 맛집 추천 리스트가 인쇄되어 있었다. 홍보 없이 호스트가 직접 좋아하는 공간을 적었다고 해서 신뢰가 다. 미리 계획 없이 오길 잘 했다며, 아내가 좋아다. 나는 가고 싶은 곳을 미리 생각해놨는데 말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조우했을 때, 계획이 없는 사람은 마냥 기뻐할 수 있다. 계획한 사람은 따져봐야 한다. 내가 알고 있는 곳과 얼마나 겹치는지, 새로운 곳은 어떤지 확인했다. 추천받은 수제맥주집을 따로 적어놓았다. 여기도 가봐야지.


배가 고프다.


지하철을 타다 보면 매월 몇백만 원씩 꼬박꼬박, 연 10% 이상의 수익률을 제공한다는 분양형 호텔 광고 전단이 끼어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1%대에 머무는 저금리 시대에 연 10% 이상의 수익률에 사람들은 쉽사리 유혹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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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매일 맑다면 사막이 되겠지

04 호텔보다 에어비앤비

05 뭐든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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