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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Aug 11. 2021

오페라를 배워야겠다

평소 눈물이 없기로 유명하다. 지인이 없기 때문에 늘 혼자지만, 가족들은 내가 눈물이 없다는 걸 잘 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도 단비처럼 눈물을 쏟아내던 적이 있었다. 훈련소였다.


이유 없이 머리를 밀고 군중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영문 모를 예! 를 외치고, 뜬금없이 충성! 을 외치던 군중이 되었다. 총을 이리저리 흔들고 발을 맞추어 걸었다. 눈 오는 겨울에 땀을 흘리고 흘린 땀이 순식간에 기화되는 것을 보았다. 배가 고팠다. 하루종일 배를 문질렀다.


정신교육 시간에는 군대 영상을 틀었다. 앞을 보는 척하며 조는 시간이었다. 하루종일 잠이 왔다. 꾸벅꾸벅 조는 시간에만 배고프지 않았다. 하루는 폴포츠가 나왔다. 영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오페라를 부르고 일약 스타가 된 남자다. 딱히 이야기가 감동적이진 않았으나 노래가 좋았다. 배를 문지르며 듣다 노래가 절정에 오르자, 나는 머리를 숙였다. 영문 모를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뜬금 없이 터져나오는 울음 소리가 부끄러웠으나 숨을 곳이 없었다.


폴포츠는 철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나도 철학을 전공했다. 오페라를 배워야겠다. 코인 노래방에 가야하는데, 코로나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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