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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Jun 23. 2021

어떤 종이로 만들 것이냐

이제 인쇄가 코앞이다. 오랜 기간 고민해왔던 부분을 오늘 결정했다.



책을 무엇으로 만들 것이냐. 당연히 종이다. 이 당연한 걸 여태 고민해왔다.


내지


책은 표지와 내지로 구성되는데, 표지를 제외하면 다 내지다. 이번 책의 내지는 미색모조다. 종이의 종류인데, 광택이 적게 들어가서 새하얗기보다는 약간 누렇다. 그림이나 컬러가 들어가는 요즘 책의 경우는 백색모조나 뉴플러스백색을 많이 사용한다. (그냥 그런 게 있다.) 삽화가 없는 소설류가 연한 노랑의 미색모조로 만들어진다. 빛이 덜 반사되어서 읽기에 눈이 편안하다. 이건 고민 없이 결정. 자연스러운 색이 좋다.


표지


표지는 코팅을 안 하기로 했다. 그냥 종이다. 그래서 물이나 김치찌개에 취약하다. 식탁에 올려놓으면 기름 자국이 조금 남을 수 있다. 한번 냄비받침 하면 낙인이 찍혀서 영원한 냄비받침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코팅 여부를 오래 고민했다. 대신 부들부들 촉감이 좋다. 계속 만지다 보니 금방 닳는다. 함께 한 시간이 자연스럽게 책에 녹아드는 느낌이다.


포장


비닐 대신에 종이로 싼다.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서점에 가보면, 샘플을 제외하고는 비닐에 쌓여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책이 상하는 걸 방지하는 조치다. 이해는 되지만, 이게 다 쓰레기다. 그래서 투명한 비닐 대신에 크라프트지로 감쌀 거다. 포장지 안에 어떤 책이 있는지 보이지 않는 대신, 샘플을 제공하려고 한다.


친환경


이는 모두 친환경 느낌을 위한 거다. 느낌. 정말로 진정으로 환경을 위한다면, 책을 만들고 차 타고 서점에 가서 사고 돌아오는 일련의 과정이, 악이다. 하나하나가 환경 파괴다. 극단적인 자연주의보다 지속가능한 친환경의 실천을 추구한다면, 이 정도 느낌을 내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이 느낌이 중요하다.


느낌


친환경 느낌이 나는 책은 나를 돋보이게 한다. 왠지 개념 있는 소비자가 된 것 같다. 개념도 7,500원이면 살 수 있다. 나는 책을 읽는다! 심지어 부드러운 친환경 책이라고! 소비가 내 지위를, 내 정체성을 가시화한다.


이렇게 만든 책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속도가 빠르다. 버리면 그냥 썩는다. 만약 일반 서적을 버린다고 해보자. 종이는 금방 젖고 썩더라도, 표지와 포장지는 거의 영원에 가까운 시간 동안 지구에 남는다. 코팅된 종이는 재활용도 안된다. 분리배출할 때 쓰레기 봉투에 넣어야 한다.


버리면 금방 썩는 책이니, 얼른 주문해서 읽고 버리자. 친환경 느낌을 위해!



Q : 책의 내지도 재생종이로 만드는 건 어떤가? 유유출판사는 재생종이로 인쇄한다.

A : 비싸다. 생산하는 공장이 한정적이어서 원가가 높다. 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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