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맛집머신

불완전한 삶에서

by 이태원댄싱머신

노브랜드 버거를 먹었다. 토마토와 양파가 인상적이었다. 일단 토마토가 딱딱했다. 맥도날드였다면, 아마 가장 부드러운 토마토 부분을 활용했을 거다. 양파는 매웠다. 롯데리아였다면, 아마 물에 담가서 매운 맛을 제거하고 넣었을 거다. 알바생의 실수였을까, 최저임금 때문일까. 노골적으로 말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다. 맛있게 먹었다.


완벽함을 요구받는 삶을 살고 있다. 유명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소시민인 나조차도 끊임없이 평가받고, 또 평가하고 있다. 업무도, 여가도, 연애도 전부 도마 위에 올라간다. 스스로에게 더 가혹하다. 그러다 보면 지친다. 바야흐로 「피로사회」다. 가끔 관대해지기도 한다. 역시 피로 때문이다. 불완전한 것에 애정이 간다. 미완성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있다.


노브랜드 버거가 그런 느낌이었다. 아마추어 티가 팍팍 나는 느낌. 여자친구가 부엌을 엉망진창으로 만들면서 한 시간 가까이 걸려 만든 그런 버거.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내가 만든 것치고 맛있더라, 먹어봐! 하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맛있었다. 기성품 버거와 달리 신선하고 딱딱하고 거칠었다. 그리고 프랜차이즈답게 소스의 간도 적당했다. 간만 맞으면 뭐든 먹을 만하다. 거칠고 신선하고, 완벽하지 않은 버거, 나는 끌린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비평의 칼날을 댈 수 있는 버거다. 하지만 그럴 마음이 들지 않는다. 우리의 주방과 우리의 칼은 얼마나 완벽한가. 불완전한 삶에서 불완전한 버거를 만난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햄버거 먹을 때는 칼이 필요없다.




예전에 적었던 아래 글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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