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잠기게 하는 맛이었다
그런데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인생은 불완전한 것이라는 명제를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을 사랑하기 시작하는 움직임이다. 이들이 찾은 라이프스타일 중 하나가 '와비사비'인데, 와비사비는 완벽하지 않은 것들을 귀하게 여기는 삶의 방식을 뜻한다. 모자람이 주는 충족감이라고 할까? 아이러니하지만 모든 것이 고도로 문명화된 사회에서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1020 세대는 불완전함이 갖는 미학에 매력을 느낀다.
_김난도 외 「트렌드코리아 2019」
혹시 노브랜드 버거에 날카로운 비평의 칼날을 대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묻고 싶다. 우리의 주방은 얼마나 완벽한가. 불완전한 삶에서 불완전한 버거를 만난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햄버거 먹을 때는 칼을 내려놓자.
2020년에 위 글을 썼다. 2021년에도 가보았다.
노브랜드버거 홍대점이다. 2020년 처음에 갔을 때는 YES24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했다. 권인걸이라는 독서문화기획자의 인스타를 구독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인가 궁금하던 차였다. 독서모임을 취미로 오래 운영하는 내 입장에서, 전문가는 어떻게 운영하는지 알고 싶기도 했다. 강연이 끝나서 1층으로 내려오니 노브랜드버거가 있었던 거였다.
2021년, 이번에는 가보니 YES24가 없었다. 서점문은 닫았지만 아직 다음에 들어올 매장은 없는지, 불꺼진 YES24 간판만 안타깝게 놓여있었다. 강남 YES24도 문을 닫고, 홍대 YES24도 문을 닫았다. 코로나의 광풍 아래에서도 사람들은 꾸준히 책을 읽지 않았고, YES24는 더이상 버티지 못한 것 같다. 헌책을 사랑하는 입장에서 참 아쉽다.
1층에 위치한 노브랜드버거는 아직 살아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들어갔다. 기대를 가지고 버거를 시켰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길거리에 사람이 많지 않은 시기였지만, 매장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기다려서 받은 버거에서는 알바생의 고단함이 느껴졌다. 최저임금*이 충분히 오르지 않아서인지 추욱 늘어지는 버거였다. 상추도 토마토도 흐물흐물. 감자튀김은 오랜 기간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사람들의 안일한 대응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 2021년 최저임금은 전년도에 비해 1.5% 늘어서 8720원이 되었다.
모두가 지친 코로나 기간, 노브랜드 버거만큼은 상큼하길 바라는 건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