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슴을 뛰게 하는 그들에게
국뽕
아이돌그룹 BTS가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했다. CNN은 BTS를 비틀즈와 비교하며 지금 미국에서 BTS 열풍이 얼마나 대단한 지 보도했다. 평소에는 연예부 기자를 제외하고는 관심도 없던, 국내 언론에서도 국뽕*에 취해 이들의 국위선양을 찬양했다.
*국뽕 : 국가와 히로뽕를 합친 말이다. 국수주의, 쇼비니즘에 빠져 있는 모습을 비꼬는 말이었지만, 이제 부정적인 느낌은 조금 옅어져서, 일상적으로 쓰인다.
국뽕 1+1
BTS의 멤버 RM은 공연 중, 영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축구선수 손흥민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SON이라 쓰여 있는 모자를 썼다. 그도 우리처럼 한국 축구선수를 응원하고 싶을 것이다. 너무 당연하다.
BTS가 서양에서 인기를 끄는 것에 사람들이 열광하듯, 유럽에서 활약하는 손흥민도 대중들의 가슴을 뜨겁게 한다. 국뽕 2개가 합쳐지는 순간이다.
개념
BTS는 개념연예인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그들의 인기에는, 물론 노래와 공연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멤버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도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한다.
한국에서는 위안부 이야기나 독립운동 이야기를 하면 투표 인증 사진을 찍은 것처럼 개념연예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BTS 멤버들은 연설에서 독립운동가 김구를 언급하거나, 위안부 굿즈를 SNS에 올리기도 한다.
민족주의는 언제나 가성비가 좋다. 들인 노력에 비해 얻는 이미지가 괜찮다. 하지만 외국팬들에게는 불편한 이야기일 수 있다. 실제로 BTS 멤버 지민이 입은 티셔츠 때문에 일본방송 출연이 취소되기도 했다.
개념연예인 좋다. BTS 멤버들의 내면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이고, 이는 누가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그들은 이른바 개념 발언, 소신 발언을 계속할 것이다.
Q. 방탄소년단 노래를 보면 사회현상에 대해서 얘기한 것도 많던데요?
슈가 : 관심도 많을 뿐더러 사실 저희가 음악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항상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현 세대와 지금 이 현 세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메시지를 많이 얘기 하고 싶었어요. 그게 저희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또 거기에 대해서 용기와 힘을 얻어가시는 것에 또 저희도 용기와 힘을 얻어가서 참 이 일을 하는 것이 행복하고 영광이고 축복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지내는 것 같아요.
RM : 저희가 어떤 화두를 던지고 같이 나눠보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 음악으로 퍼포먼스로. 그래서 저희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모든 시리즈의 타이틀이 모두 'LOVE YOURSELF'라는 타이틀입니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또 사랑은 어떤 것인지 많이 나눠보고 싶은 그런 마음으로 저희 음악을 만들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는 점을 꼭 알아주셨으면 영광이겠습니다.
_SBS 뉴스 「방탄소년단 "현 세대 메시지 전달하는 음악…'아미' 덕분에 전 세계 소통"」 20180603 기사
숙제
그들에게 숙제를 하나 내주려고 한다. 내가 건방지게 들이밀지 않아도, 결국엔 BTS에게 닥칠 일이다. 그들은 아직까지는 개념연예인이지만, 국내한정 개념연예인이다. 인기만 세계로 뻗는 것이 아니라 개념도 세계로 뻗는 모습을 보고 싶다. 단순히 한국 사랑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인류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그동안의 BTS의 메세지는 전세계 젊은 친구들이 공감했다. 자신을 사랑하라. 자아찾기. 둘다 국적을 떠나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국뽕에서 보편으로
다시 SON이라 적힌 모자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한국 선수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다. 하지만 그 응원이 유럽에서 고군분투하는 아시아인에 대한 응원이고, 새로운 환경에서 힘겹게 버티는 이방인에 대한 응원이라면, 전세계 어느 팬들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만일 단순히, 한국 최고! 한국 축구선수가 잘 하는 게 자랑스럽다! 하는 수준이라면. 그리고 그걸 외국 팬들이 알게 된다면 어떨까. 외국어(한국어)로 노래하는 외국 가수지만, BTS라는 이유로 좋아하는 팬들에게 부끄러울 것이다.
건방진 요구인 것 안다. 나도 국뽕에 쉽게 취하고, 애국심 하면 대한애국당 자동 입당될 정도기 때문에, BTS가 계속해서 전세계에 열풍을 일으키기를 바란다. 그래서 자꾸 욕심이 생긴다. 어미가 아들을 독립시키듯이. 나는 그들을 국뽕에서 놔주려고 한다.
BTS는 국뽕을 극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