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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Oct 30. 2021

다당제 이야기를 하는 둥 마는 둥

 _하승수 「삶을 위한 정치혁명」

나는 다당제주의자다. 다당제가 옳다고 믿는다. 나름의 근거와 논리가 있다. 혼자 생각한 거라서, 전문가의 의견이 궁금했다. 오랫동안 참여연대와 녹생당에서 활동해온 신망있는 저자가 쓴 책이라고 해서 찾아 읽었다. 하지만 실망. 양당제는 나쁘다. 다당제는 좋다. 단순하게 주장하는 책이다. 저자의 논리가 놀랍도록 단순해서, 녹생당을 지지하거나 북유럽식 민주주의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고개를 끄덕이기 어려울 것 같다.


저자인 하승수는 이론가가 아니라 활동가다. 그에게 아주 정교한 논리나 이론적 탄탄함을 기대하는 건 과대한 요구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좀 너무할 정도로 빈약하다. 양당제를 욕하면서 몇가지 병폐를 지적한다. 먼저 공약이 비슷해진다고 한다. 예를 들며 성토하지만, 왜 그런지 설명하지 못한다. 양당제에서는 전략적 투표를 많이 한다고 주장한다. 왜 양당제에서 그렇게 되는지 추가적인 설명은 없다. 이런 식이다. 결국 책을 덮고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


실컷 욕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얻은 게 있었다. 재미있었던 내용 몇가지만 소개한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사람을 쉽게 다스리는 방법은 수많은 숙제를 내주고, 그 숙제를 하느라 정신없게 만드는 것이다. 126p



민주주의


저자는 최태욱 교수의 이론을 자주 인용해서 민주주의를 설명한다. 민주주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다수제 민주주의와 합의제 민주주의다.



다수제 민주주의


다수제 민주주의는 1등이 당선되는 체제다. 소선거구제가 바로 다수제 민주주의다. 이런 선거제도는 자연스럽게 군소정당을 탈락시키고, 양당제를 가게 된다. 다수를 차지한 정당에서 독단적으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 합의는 쉽지 않고 필요없다.



합의제 민주주의


합의제 민주주의는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이 배분되는 체제다. 당연히 다당제가 된다. 한 정당이 과반을 차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연립정부가 구성된다. 어쩔 수 없이 합의에 의해 의회가 운영된다.



참여


다당제에서는 각자의 취향과 선호에 맞는 정당이 살아남을 수 있다. 욕하면서 어쩔 수 없이 차악을 선택하는 경우가 줄어든다. 정치 혐오도 정치 무관심도 줄어든다.



지역구


대부분의 의원이 지역구에서 당선된다. 비례대표는 소수다. 그러다 보니 국회의원은 의회보다는 지역을 관리하게 된다. 지역구 예산을 따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하고, 공약도 지방자치단체장이 주장해야 할 내용이 되어버린다.



행정고시


행정고시는 폐지해야 한다. 필요없는 엘리트 계층을 만들어낸다. 행정부에서의 권한은 이들에게 몰려있지만, 선거로 뽑히지 않기 때문에 책임도 지지 않는다.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퇴직 후에는 낙하산으로 관련 기업에 취업한다.



풀뿌리 자치


내게 더 가까운 권력이 덜 위험하다. 110p


매우 공감 가는 문장이었다. 국회의원을 300명밖에 뽑지 않는다. 내가 표를 준 그 국회의원이 나를 알까? 내가 죽는다고 신음소리를 낼 때 들을 수 있을까?


한 나라의 권력이 중앙에 몰려있으면 위험하다. 더 작게 나누고 더 가까이에 있으면 더 통제하기 쉽고 덜 위험하다. 대통령보다는 시장이 우리 의견을 주장하기 더 쉽고, 시장보다는 구청장이 더 귀를 열게 될 거다.


★★★★★ 다당제 이야기를 하는둥 마는둥.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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