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
올해가 다 지나가는데 아직 기부금을 내지 않았다. 10만원까지는 돌려받으니, 매년 10만원 정도는 공짜라 생각해서 1+1 느낌으로 20만원 정도는 내는 편이다. 매년 마음에 드는 정치인을 새로 골라 후원금을 내는데, 내가 워낙 소수 취향이다 보니, 선정된 정치인도 대부분 국회의원이 아니다. 올해에는 아주 드물게 국회의원을 후원하기로 마음 먹었다. #류호정 이다. 정치후원은 연간 10만원까지는 세액공제, 10만원 초과금액은 소득공제 해준다. 10만원까지는 다 돌려주고, 넘어가면 일부 돌려준다는 의미다. 류호정은 나이도 어리고 세력도 없지만, 비례대표 1번으로 당선되었다. 정의당은 비례대표 1번과 2번을 청년에게 배정하기 때문이다. 청년이 스스로의 힘으로 국회의원이 되기 어려운 현실에서 제도로 보완해준 사례다. 청년뿐 아니라 국회의원이 되기 어려운 소수자에게 조그마한 디딤돌을 놓는 정책이 계속 되면 좋겠다.
어린 친구가 국회의원이 되니, 과연 상상도 못한 이슈를 많이 던진다. 일단 원피스. 국회에서 노란 원피스를 입었다고 언론에서 대서특필을하고 아주 난리가 났다. 관심을 끌 것 같으면, 기자는 덥석 문다. 이게 뭐라고 유력인사도 심각한 얼굴로 한두마디씩 거든다. 이게 다시 언론을 타면서, 정말 중요한 문제가 되어버린다. 원피스에 대한 발언으로, 정치인들의 상태를 대략 엿볼 수 있었다. 입은 원피스가 완판되었다고 하니, 류호정은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을 많이 해야할 것 같다. 당사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지 모르겠지만,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재미있다.
두번째는 타투. 사진 없이 말만 하면 보도가 안된다. 보도가 되어도 나는 안 본다. 재미없다. 나 같은 사람이 많아서인지, 결국 언론에 나오는 건 사진이다. 그럴듯한 사진이 나와야 언론에서 다루어주는데, 그게 타투였다. 직접 일회용 타투를 등에 붙이고 카메라 앞에 서니, 사진도 많이 찍히고 악플도 많이 달렸다. 타투가 불법인 유일한 나라에서는 일회용 타투도 이렇게 기사거리가 된다. 타투업을 비범죄화하는 법안을 발의하는데, 눈썹문신을 한 홍준표도 함께 했다. 이익단체인 의협은 자신의 이익과 상충하니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일도 종종 한다.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를 만나고, #스타벅스 노동환경을 조사했다. 콜센터와 플랫폼 (배달 어플) 노동자에 대한 문제제기를 많이 한다. 자세히는 모르겠다. 관심도 없다. 암튼 재미없고 굳이 보고싶지 않은 노동문제를 내 대신에 감시하고 조사하고 있다고 하니, 후원금이 아깝지 않다.
비례대표 의원은 일반적으로 다음 총선에는 지역구에 출마한다. 비례대표 하면서 열심히 인지도를 쌓아야 하는 이유다. 아주 나중에는 모르겠지만, 류호정은 일단 다음 총선에서는 답이 없다. 비호감도가 어마어마하게 높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사람들이 싫어했다. 원래 여성정치인은 미움을 많이 받는데, 청년이라는 이유로 국회의원이 된 것도 엄청 얄미운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게임을 안 해서 모르지만, #대리게임 경력도 유권자들의 감정을 건드린 것 같다.
어차피 다음 총선에는 무직이 확정이다. 이렇게 된거 창업을 해보는 것도 괜찮다. 분야는 대리운전.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유명한 대리운전 업체는 1577이다. 앞뒤가 똑같은 전화번호~♪ 애국가보다 더 익숙하다. 1577이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회사명은 1577이 아니라 코리아드라이브다.) 카카오가 1577에게 서비스를 넘겨받아서 운영하고 있지고, SKT는 티맵 안심대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두 대기업이 문어발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물 튀기는 경쟁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리운전은 어플보다 전화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류호정이 뛰어드는 거다. 회사명은 류대리의 대리운전이다. 류대표라 불려야 하겠지만, 특수한 상황이니, 류대리로 간다. 직원들이 대표를 류대리로 부르는 장면을 언론에 노출시키는 것도 좋다. 언론은 류호정을 좋아하니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탈권위에 익숙하고 술마신 MZ세대 고객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 대리게임에서 손을 씻고 성실하게 대리운전 에 임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다다음 총선은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