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훈
아랍에미리트가 주4.5일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원래 이슬람에서는 금요일이 중요하다. 예배를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금을 쉬는게 일반적이다. 기독교 국가에서 토일을 쉬는 이유와 같다. 하지만 기독교 국가와 쉬는 날이 달라지니 비즈니스를 하기에도 관광업을 하기에도 불편함이 따른다. 그래서 금토로 주말을 바꿨다가 이번에는 토일로 바꾼 거다. 이제는 서방 세계와 동일하게 쉬게 되었지만, 예배가 문제다. 금요일에 쉬지 않으면 기도를 드릴 수가 없다. 그래서 금요일에도 쉬기로 했다. 월화수목 열심히 일하고 금요일에는 오전만 근무하는 거다. 퇴근하고 1시15분에 예배를 보면 된다. 그래서 주 4.5일제다.
원래 류호정과 안철수까지만 이야기하려고 했지만, 한명을 더 다룬다. 요즘 컨셉을 잘못 잡았기 때문이다. 무조건 그림을 3개씩 올려야 구도가 이뻐진다고 생각했다. 역시 3개씩 올리니 그럴듯하다! 아니다.. 이상한가? 사이를 왔다갔다 오가며 글을 쓰고 있다.
대한민국에도 주4일제를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시대전환의 조정훈이다. 주4일제라고 해서, 단순하게 평일 4일 출근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노동시간을 줄이는 게 핵심이고, 5일 출근하더라도 더 적은 시간을 일하게 하자는 거다.
주5일제를 도입할 때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서 주도했고, 민간에서 뒤늦게 따랐다. 주52시간 근로는 공공기관과 대기업에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중소기업은 아직 멀었다. 근로시간에도 양극화가 벌어지는 거다. 그래서 조정훈은 민간부분에서 먼저 노동시간을 감축하고 주4일제를 도입한 후, 공공기관으로 확장하자고 주장한다.
OECD에서 작년에 발표한 우리나라 노동자의 근로시간은 연간 1908시간이다. 이게 많은가? 적은가? 감이 잘 안온다. 우리나라보다 더 많이 일하는 나라도 있다. 멕시코가 1위, 코스타리카가 2위다. 우리나라는 OECD 3위다. 엄청 일을 많이 하는 거다. 3위 정당인 정의당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심상정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첫번째 공약으로 주4일제를 제시했다.
이재명 후보도 주4일제에 긍정적인 척 연기하고 있으나, 믿기는 어렵다. 민주당이 국회 과반수를 차지하고 청와대까지 장악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도, 주52시간 근로제 도입이 지지부진 하기 때문이다. 권력을 이미 충분히 가진 정당이 '나에게 권력을 주면 주4일제를 도입할 수도 있다!' 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다시 조정훈으로 돌아가자. 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나서 첫 기자회견을 진행했는데,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보좌관들을 앞으로 불러서 법안을 함께 만들어갈 사람들이라며 소개하고 직접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준 것이다. 원래 보좌관은 국회의원의 부하나 심부름꾼 정도로 보는 게 일반적인데, 조정훈은 조금 달랐다. 보좌관을 입법노동자 동료이자 사람으로 보았다. 자기소개 내용은 별다를 것 없었다. 대학원생도 있었고 워킹맘도 있었다. 세상을 바꾸겠다. 국회의원을 잘 돕겠다. 이런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데, 눈에 띄는 건 호칭이었다. 보좌관들이 조정훈을 정훈님이라 부르는 거다. 나는 일면식도 없으니 조정훈... 조정훈! 내키는대로 말하지만, 보좌관 입장에서는 함부로 입에 담을 수 없다. 이름을 부득이하게 말하게 된다면, 반드시 뒤에 직책을 붙여서, 'ㅇㅇㅇ 의원님'으로 말한다. 이런 장면 하나만 봐도, 관계가 수직적이고 종속적인지, 아니면 수평적이고 상호존중하는지 알 수 있다.
소박하지만 감동적인 자기소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