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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Apr 24. 2022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1월에 쓴 일기를 이제서야 올립니다)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에 처음 갔다. 북페어는 많이 가봤는데 #일러스트페어 는 처음이다. 귀여운 것들이 잔뜩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안고 코엑스로 갔다.


먼데이쿡 @mondaycook 님의 부스에 먼저 찾아갔다. 원래 나는 부직포를 좋아한다. 아무리 좋아해도 그냥 부직포만 가지고 다닐 수 없으니 아쉬워만 했는데, 부직포로 만든 귀여운 야채들을 드디어 만날 수 있었다. 퍼블리셔스테이블에서 처음 봤는데, 너무너무 귀여운 양파, 파, 당근, 고구마들!!! 언제 한번 사야지 사야지


인스타만 구경했는데 드디어 살 수 있는 순간이다.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키트도 있어서 크리스마스트리 만드는 키트를 샀다. 유튜브를 보면서 따라할 수 있다고 한다. 햄모양 자석도 샀다. 햄은 안 먹지만 햄이 귀엽다. 냉장고에 붙여야지. 그리고 구석에는 직접 선정리 똑딱이를 만들어볼 수 있었다. 당연히 부직포로 만드는 거다. 너무너무 귀여워서 앉은 자리에서 열개를 만들어보고 싶었지만, 이거는 그냥 주신다고 해서 미안해서 딱 3개만 만들었다. 만들어서 집에 가져왔는데 아까워서 선을 감을 수가 없다. 색감이 따뜻하고 좋다.


다른 부스도 구경했다.


오이스터 @cat_and_oister


요즘 한창 고양이에 빠져있었는데, 너무 귀여운 포스터를 발견했다. 마침 집에 있는 액자 크기가 A3! 노란 바탕에 초록색 고양이로 샀다. 이거는 침대 앞에 두어야지.


푸당 @po_odang


작가님이 기르는 푸당이라는 강아지를 그렸다. 처음에는 스티커가 아주 이쁘다 생각했는데, 실물 영상을 보니 실제로는 더 귀엽다. 스티커 구입!!


망두 @iam_mangdoo


망해두 괜찮은 망두다. 만두를 캐릭터화했다. 여기도 다른 부스와 마찬가지로 인스타를 팔로우하면 스티커를 하나 줬는데, 이 스티커가 가장 귀여웠다. 약간 덜 귀여운 스티커를 주는 더 좋을 텐데... 너무너무 가지고 싶은 스티커를 그냥 줘버리니 사고 싶은게 따로 없었다. 그래도 그냥 공짜로 받기만 하면 미안하니 스티커 구매!! 젤리처럼 귀여운 만두 모양 인형도 있어서 눌러볼 수 있었다.


오식이 @bbbbang_a_di


이상한 오리를 만났다. 대부분 귀여운 캐릭터인데 이 오리는 이상한 표정이다. 그래서 그냥 지나쳤다. 걷다가 자꾸 떠올라서 다시 돌아왔다. 왜 자꾸 생각나지. 왜 자꾸 보게 되지... 알수가 없는데 이상하게 매력적이다. 안경닦이 구매!! 차에 놔두고 선글라스 닦아야지.


보라메에 @boramaystory


충격과 공포. 털에 파묻힌 양이다. 아이스크림 위에도 올라가고, 와플에도 들어가고 빵에도 들어간다. 너무너무 귀엽다. 이거 이모티콘 나오면 좋겠다. 스티커 구입!!


혜진 @rockcobok


고양이를 여러마리와 함께 살아서 고양이 민화를 그리는 작가님이다. 눈길을 사로잡은 건 그림이 아니라 도자기다. 고양이 코가 그려진 하얀 호리병이었다. 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구입!! 꽃을 사서 꽃병에 자주 꽂아 놓는데, 한 송이만 꺼내서 고양이 호리병에 꽂아야겠다. 호리병이 아주 작아서 한송이만 꽂을 수 있을것 같다.


모디자인 @modesignclub.store


화려한 색감의 곤충 엽서가 많다. 2마리 구입! 비주얼 에세이라고 해서 짧은 문구와 함께 예술적인 그림이 그려진 엽서도 있었다. 반고흐 느낌 나는 비주얼 에세이 엽서도 구입!!


곰고구마 @gomgoguma_official


고구마가 이렇게 귀여울 줄이야. 이상하게 귀엽다. 스티커 구입!!


오롱즈 @5_orz


당근이 스쿼트를 하고 있다. 공룡이 메인인데, 공룡은 평범하고, 대신에 옆에 있는 당근이 아주 매력적이다. 보통 당근은 초록색 잎부분이 머리처럼 올라와있는 반면, 여기 당근은 초록색 잎파리가 다리 역할을 한다. 운동도 하고, 다양한 자세를 취한다. 당근 스티커 구입!!


? (어딘지 못찾음)


여기는 수채화 느낌의 그림이다. 해, 달, 구름이 다 귀엽다. 스티커 구입!!


랭 스튜디오 @raeng_studio


너무너무 귀여운 사자랑 호랑이가 맹수라고 써있는 종이를 들고 있다. 깡패 같은 토끼가 있다. 고민하다 그냥 지나갔는데 너무 아쉽다. 엽서를 샀어야 하는데ㅠ 다시 인터넷으로 구매할 수 있을까나...


? (어딘지 못찾음)


고양이 그림은 널렸는데, 여기는 정말 독특하다. 고양이가 때거지로 모여있는 거다. 맥주잔에, 와인잔에, 그릇에 수십마리의 고양이가 가득 차있다. 와... 감탄만 하고 지나가버렸다. 처음에 오자마자 만나서 그만 사는 걸 잊었다.



한두시간 돌아다니니 다리가 너무 아프다.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 10분 쉬고 다시 돌았다. 최대한 남은 체력을 끌어다가 쓰고 나니 어느새 폐장 시간이다. 셀러들도 부스를 슬슬 정리하는 것 같아서 나왔다. 핸드폰 배터리는 방전 직전이었고, 그전에 내 다리도 부러지기 직전이다.


기진맥진한 상태로 일러스트페어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가게에 들어갔다. SSG에서 운영하는 데빌스도어 @devilsdoor.official 였다. 여기 맥주는 항상 맛있고, 요리는 비싸다. 공간이 크고 시원시원해서 올 때마다 만족스럽다. 사실상 초단기 부동산 임차비용을 내는 셈이라 생각하고 있다. 굴튀김과 트러플 버거를 촥촥 먹고, Pale Ale과 IPA 그리고 SSG Bomb까지 촥촥 들이키니, 맡겨놓았던 핸드폰도 충전, 체력도 어느정도 충전된 것 같아, 다시 집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약간 실망이었다. 다 개, 고양이네... 비슷비슷한 캐릭터가 많았다. 그런데 이와중에도 이쁜건 이쁘고, 귀여운 건 귀여웠다. 역시 개, 고양이를 많이 하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어느정도의 다양성은 확보가 되어있었다. 돼지, 소, 오리, 닭, 호랑이, 곰, 팽귄... 심지어 곤충까지 있었다. 캐릭터뿐 아니라 풍경화나 추상화 느낌의 작품도 있었다.


몇시간을 돌면서 쇼핑을 했지만, 생각보다 비싼 건 별로 없었다. 셀러 입장을 생각해보면, 일러스트 페어의 아쉬운 점이다. 나는 책을 만드니까 북페어에 참여하는데, 아무리 저렴한 책을 골라도 만원 정도는 한다. (물론 내 책은 아주 싸니까 예외) 여기서는 귀여운 스티커나 엽서가 가장 많고, 이런건 몇개를 골라도 만원이 되지 않는다. 수공예로 만드는 인형이나 다이어리 등 몇가지 상품만 만원이 넘어간다. 열심히 만들어서 코엑스에 싸가지고 와서 이렇게 싸아놓고 하루종일 판매하는 유무형의 비용을 생각하면... 셀러가 만족감은 얻을 수 있겠지만 금전적으로는 손해일 거다. 물론 소비자는 이것도 비싸다고 여긴다. 이날도 누가 먼데이쿡님이 한땀한땀 만든 인형을 만오천원 한다고 비싸다고 하는 걸 바로 옆에서 들었다. 순간 화가 치밀었지만 귀여운 부직포 인형을 만지고 있다보니, 어느새 차분해지면서 아무리 비싸다고 징징 대는 고객이라도 안아줄 수 있을 것 같은 경지에 이르렀다. 나도 북페어에서 내 책이 비싸다고 말한 고객을 한번 조우한 적이 있었다. 당시 내 앞에는 귀여운 부직포 인형이 없었기 때문에 화를 식히기 위해 찬물을 들이킬 수밖에 없었다.


#일러스트 페어지만, 모든 일러스트가 이쁘고 귀엽지는 않았다. 별로인 것도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모두 나름의 스타일이 있었다. 그래서 약간의 용기를 얻었다.





선이가 하루종일 힘들어했다. 울다가 지쳐서 자고 깨어나면 다시 울었다. 일러스트페어에서 사온 아이들을 보여줬다. 맹수 같지 않은, 빵 먹고 있는 사자와 호랑이를 보여주고, 요가하는 당근, 바게뜨가 되어버린 고양이, 빵에 들어간 양을 보여줬다. 선이와 잠시 웃었다.


일러스트페어에 다녀오길 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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