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방식

평택 독립서점

(1월에 쓴 일기입니다. 지금은 제 책이 입고되어 있습니다)

책방 #생활방식 @chorok_life 을 방문했다. 1호선 평택역 근처에 위치한 작은 서점이다. #독립출판물 만 다루는 독립출판 전문 서점이다. 게다가 대단한건 위탁이 아니라는 거다. 독립서점은 기본적으로 책을 위탁받아서 판매한다. 일단 작가에게 책을 받아서 독자에게 판매하고, 그 후에 작가에게 정산하는 방식이다. 적은 자본으로 최대한 많은 작품을 유통하는데 적합하다. 단점도 있다. 책방으로 책은 보냈지만, 팔렸는지 여부를 작가는 알 수 없다. 잘 팔리는 책이라면 일정 기간 안에 정산이 될테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어디론가 분실되거나 기억에서 사라지게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일부 책방은 과감하게 현매입(선매입)하는데, 그게 생활방식이다. 쉽지 않다. 일단 돈이 많이 들어서 책을 많이 못 들여놓는다. 그리고 위탁이면 나중에 반품할 수 있는데, 현매입해버리면, 반품도 안된다.

원래 내 책을 보러 간 거다. 하지만 다 팔려서 없었다. 안 팔리고 남았으면 서점에 부담이 되는 것이니, 팔리는 건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그래도 기분이 좀 이상했다. 다 팔렸구나... 암튼 좋은 일이다. 작가가 나타나서 자기 책을 내놓으라고 툴툴거리는게 부담스러웠는지 서점지기님은 추가입고를 결정했다.

특이한 걸 발견했다. 쿠폰이다. 독립출판을 좋아하는 서점 답게, 독특한 쿠폰을 제공한다. 독자가 책을 사면 도장을 찍어주는데, 이 쿠폰이 작가 한명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되어있다. 내가 책을 샀을 때는 임발 @room_of_imbal 작가님이 주인공이었다. 임발님이 왠지 부러워 아무 말 없이 눈빛으로 호소했고, 그게 통했는지, 다음 쿠폰은 내 소개를 넣기로 했다. 으핫.

책방이 있는 곳은 번화가여서 주차하기에 적당하지 않다. 대신 가까운 거리에 합정공영주차장이 있다. 혹은 지하철 역 근처니, 대중교통으로 가는 것도 좋다.

작은 크기의 서점인데 이쁘다. 책을 가득가득 쌓아놓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고양이도 있다. 고양이가 함께 있는 공간이 요즘 종종 보이는데, 여기 고양이는 조금 색다르다. 길고양이다.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가 아니고 집사를 스스로 선택한다. 원래 다른 곳 집사와 함께 살다가 지금은 이사와서 책방지기님을 집사로 고용했는데, 하루종일 서점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매일 산책을 나가고 돌아와서 대부분의 시간을 서점에서 지낸다. 그런데도 서점에 있는 음식은 다 자기꺼라고 생각하는지 다른 아기 고양이(길에 다른 고양이들도 많다)에게 간식을 주면 삐진다. 게다가 고양이가 책 위에 올라가길 좋아한다. 사람이 없으면 서점지기님이 번쩍 들어서 내려놓지만, 손님이라도 있으면 소란을 피울 수 없으니 가만 놔두는데, 그걸 귀신같이 안다. 누가 서점으로 들어오면 이때다 하고 책 위로 올라간다.

아이 이름은 어리. @hello_im_u._.ri 이 친구를 주인공으로 동화책도 만들었다. 커피도 시킬 수 있어서 한시간동안 앉아서 책을 읽었는데, 어리는 자연스럽게 무릎에 올라온다. 잠시 내려가서 물 마시고 다시 자리 자기인냥 무릎 위로 올라온다. 어리 때문에 서점을 나가기 아쉬웠다.

여기서 산 책은 송혜현 작가의 연패의 삶이다.

웃긴 생각이라면서 혼자 웃다가 무의식의 흐름대로 네이버에 '나와의 싸움'을 검색했다. 그랬더니 유튜브 <침착맨>에서 언급된 말이 나왔다. "나와의 싸움에서 자꾸 져요. 반대로 말하면 나와의 싸움에서 내가 이긴 거지? 이긴 쪽도 나니까." 어딘가 어이없는 이 말에 오묘한 설득을 당했다.
14p
#연패의삶
#송혜현  

어리에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 뭐라도 먹을까 하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전집을 발견했다. 서점지기님 @chorok_life_b00k 이 이전에 서점 바로 앞집에서 국수를 먹었다고 했던 게 떠올랐다. 와 맛있겠네요... 하고 댓글을 달았었다.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여기도 고양이 세상이다. 골목에서 돌아다니는 아기 고양이들을 전집 사장님이 돌봐주는데 가게 안으로 종종 들어온다. 자기 자리도 다 있다. 버섯전과 잔치국수를 시켰다. 둘다 대박. 전은 원래 맛있다. 배추를 지지든 신발을 지지든 일단 기름에 지지면 다 맛있다. 버섯전도 예외는 아니었다. 잔치국수는 독특했다. 서울에서 먹던 맑은 국물이 아니고, 진하고 고소한 국물이었다. 야채도 많았다. 생활방식에 오면 무조건 여기를 들러야 겠다.

평택 막걸리도 시켰는데, 나는 운전을 해야 해서 맛만 봤다. 맛있었다.